두 발로 걷는 생생한 역사 속 대구 여행

"박물관이 살아있다"

by 김유례

2박3일 대구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나를 말렸다. 대구는 마땅히 관광지가 없어 당일치기가 적당하다며 순천만을 스케줄에 넣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결론적으로 2박3일은 대구를 둘러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고 순천만 여행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경상북도 남부에 있는 대구는 매달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테마가 있는 골목 투어


P20140714_174216175_93F92B11-C18D-4565-BE92-5C2748B434BE.jpg

대구 골목 투어는 도시 전체가 큰 야외 박물관인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대구는 한국전쟁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전시 전후의 생활상이 비교적 잘 유지된 편이다. 투어는 총 5코스로 나눠져 있으며 나는 제2코스인 ‘근대문화골목’을 탐방했다. 근대문화골목 코스의 시작점인 ‘청라언덕’은 일명 대구의 몽마르트 언덕으로 1922년 발표된 작곡가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곳이다. 이밖에 ‘동산선교사주택’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 고택’ 등 역사 속 명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거리 곳곳에 그려진 태극기나 무궁화 그림을 비롯해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새겨진 인도 위를 걸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제1코스 경상감영달성 길]

경상감영공원-대구근대역사관-향촌문화관-북성로-경찰역사체험관-종로초등-달서문-삼성상회-달성공원

[제2코스 근대문화골목]

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계산예가-에코한방웰빙체험관-제일교회-약령시한의약박물관-영남대로-종로-진골목-화교소학교

[제3코스 패션한방길]

쥬얼리타운-교동귀금속거리-동성로-남성로(약령시)-서문시장

[제4코스 삼덕봉산문화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삼덕동문화거리-김광석거리-경북사범학교-봉산문화거리-대구향교-건들바위

[제5코스 남산100년향수길]

반월당-보현사-관덕정순교기념관-남산교회-상덕사(문우관)-성유스티노신학교-성모당-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눈길을 사로잡는 개성 만점 이색 시장

P20140715_170339148_6AC63046-75A5-4CA1-9D46-A297D2AB7114.jpg

2016년 6월 3일 개장한 서문야시장은 판매대 운영은 물론 상설 공연, 첨단예술시연 등의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은 라면핫도그, 미고랭, 멘보샤 등 이색적인 음식부터 낙지 호롱이, 불막창 등 맛있는 야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잠시 침체기를 맞았던 방천시장은 2009년, 점포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예술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대구 명소로 떠올랐다. 시장 곳곳에 벽화가 그려졌고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등 골목 전체가 활기로 가득하다.

특히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故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있어 그를 만나려는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벽면을 가득 채운 김광석의 그림, 그리고 마치 시 같은 그의 노래 가사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젖어 있던 그때가 여행 중 가장 황홀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밖에 조선시대 전국 제일의 한약재시장이었던 대구 약령시의 잔영을 간직하고 있는 약령시장과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칠성시장 등이 있다.


어디에도 없는 대구의 맛

대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찜 갈비가 궁금하다면 동인동으로 가보자.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매운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소스를 두른 대구 표 소갈비는 화끈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을 자랑한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어도 일품이다.

P20140714_193021703_F1062D0B-7196-41A3-852B-292CC36A9336.JPG

대구의 납작만두는 당면을 넣은 얇은 만두피를 삶은 후 굽고 여기에 고춧가루를 곁들인 간장을 뿌려 먹는 음식이다. 무미에 가까운 듯 심심한 맛이지만 부드럽고 고소해 누구라도 중독이 될 것이다.

P20140716_135917576_65CA3460-36A3-41A0-80B2-4A1E9D528EFB.JPG

마지막으로 ‘대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막창구이다. 소막창구이는 소의 곰양, 천엽, 절창, 홍창(막창) 중에서 네 번째 위인 홍창을 연탄이나 숯불에 구워 특별히 제조된 된장소스에 마늘과 쪽파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대구의 막창문화는 한때 ‘막창붐 릴레이’로 불릴 만큼 전국의 주당들을 사로잡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바다가 걸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