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나홀로 3박 4일 사이판 여행기
무조건 떠나야 했다.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 생각보다 저렴한 사이판의 항공료에 마음을 뺏겼다. 부랴부랴 비행기 표를 예약했는데 아뿔싸! 숙소가 문제였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사이판은 잦은 항공편에 비해 숙소가 턱없이 부족한 여행지였다. 그러나 나홀로 여행객은 두려울 게 없었다. 저렴한 가격의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고 그곳에서 잊을 수 없는 친구들을 만났다.
사이판은 북마리아나 제도(Northern Mariana Islands)에서 가장 큰 섬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일본에 점령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4년 7월에 미국의 통치령이 됐다. 좁고 긴 모양을 이루는 섬을 남쪽에서 북쪽까지 가로질러 가는 시간은 차로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고 연평균 기온이 26∼28℃이기에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빈다. 작지만, 느리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던 사이판의 명소를 소개한다.
사이판 국제공항은 입국 수속 대기가 길기로 유명해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이스타(ESTA)를 발급받았다. 이스타란 미국 정부의 전자여행허가제를 뜻한다. 사이판 국제공항은 이스타 줄을 따로 세우기 때문에 준비해놓은 서류로 입국 수속을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 숙소까지 같이 벤을 사용하는 팀원들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됐지만 괌이나 하와이 여행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숙소에 도착하니 새벽 4시였다. 짧게 잠을 청한 뒤 아침 일찍 ‘사이판의 진주’라고 불리는 마나가하 섬으로 향했다. 선착장에서 고속 보트를 타고 15분여를 달려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무인도, 마나가하 섬을 즐기고 있었다. 둘레 약1.5km의 작은 섬이지만 마나가하섬에서는 일광욕은 물론 바나나보트, 스쿠버다이빙, 패러세일링, 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또 각종 레스토랑과 렌탈 숍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아름다운 수중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섬에 들어갈 때 환경세($5)를 받는다. 파라솔이 펼쳐진 해안가는 물론 야자수가 우거진 섬 내부의 산책로 또한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마나가하 섬에서의 주의해야 할 것은 뜨거운 태양! 방심했다가 한 달간 화상으로 고생했다.
해식동굴로 유명한 그로토(Grotto)는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힌다. 그로토는 지형상 위험해 개별 여행객은 입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이판 현지 업체에 체험을 등록했다. 경사가 심한 백여 개의 계단을 내려가자 거대한 암석들 사이로 환상적인 그로토의 풍경이 펼쳐졌다. 물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지금까지 다녔던 스노클링 포인트와 달리 수심이 꽤 깊어 처음에는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도 겁을 먹었다. 그러나 이내 빛이 깊은 바닷물을 통과해 보인다는 그로토의 환상적이고도 오묘한 색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시간 여를 보냈다. 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별다른 시설이 없어 현지 업체가 제공하는 물로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내가 등록한 그로토 체험은 간략한 북부관광을 포함하고 있었다. 덕분에 새섬, 만세절벽 등 북부 지역의 명소를 관광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달려 처음 도착한 곳은 섬의 북동부 쪽에 있는 새섬(Bird Island)이었다. 새섬은 이름 그대로 바닷새의 낙원인데 섬 주변을 향해 치는 파도가 새의 날갯짓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해질 무렵엔 전망대에서 수많은 바닷새들이 둥지를 찾아 모여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만세절벽은 일본군이 자살 공격으로 전멸 당하자 노인과 부녀자 1000여 명이 80m 높이의 절벽에서 모두 “천황 만세!”를 외치며 자살한 곳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담고 있는 곳이지만 푸른 바다와 높은 절벽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웅장하다. 적도 부근에 위치해 수평선이 곡선 모양을 이루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사이판의 번화가 가라판(Garapan)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마이크로 비치 때문이다. 마이크로 비치는 아메리칸 기념 공원에서 하파다이 비치 호텔에 걸쳐 약1㎞ 거리에 이어지는 새하얀 해변이다. 빛에 따라 하루에 7번이나 바다의 색이 변한다.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칵테일 한잔을 시켜놓고 선베드(Sunbed)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일몰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이밖에 가라판은 다양한 맛집들이 즐비해 있다. 특히 생 참치와 라임소주의 조합은 사이판 여행의 필수 메뉴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