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게 보내는 위로
수.
언젠가 네가 그랬잖아.
까만색 크레파스가 된 기분이라고.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크레파스가 흰색 도화지 위를 몇 번이고 누빌동안
아무도 불러주는 이 없이 멀뚱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꼴이 스스로도 딱하다고.
설령 다 닳아 없어지더라도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고.
하지만 말이야.
나는 도무지 새하얀 밤하늘 별빛을 상상할 수가 없어.
까만색 크레파스가 아니고서야 어찌 정처 없이 쓸쓸한 밤의 풍경을 담아낼 수 있겠어.
설사, 한송이 꽃을 그리더라도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
우리의 이름, 성격,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저마다 쓰임새가 다를 뿐.
그러니 지금 당장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 조급해 말아.
조급해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