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가 지칠 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준 사연있는 공간 1. 옥동식
그날을 기억한다.
옥동식이 수요미식회 방영을 하루 앞뒀던 그날.
우리는 왠지 모르게 무기력해진 발걸음을 겨우 떼며 옥동식으로 향했다.
"당분간 올 수 없을 거야"
원래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 이렇게 쉬운 거였던가. 방송 다음날, 오픈 전부터 길게 늘어진 줄에 우리 모두 기염을 토했다. 한참 맛집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였던 때였고 수요미식회의 명성은, 특히나 남다른 것이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방앗간을 전국각지에서 모인 맛탐방가들에게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맛이란 게 뭐 그렇게 쉽게 잊히는 거였던가. 하나, 둘, 옥동식을 먹고 출근하는 이들이 늘었다.
언제 퇴근할지 몰라 출근이 조금 자유로웠던 회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미 그 맑고 깔끔한 국물에 중독된 나에게도 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늦은 퇴근을 담보로 아침부터 동료 뒷통수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돼지곰탕의 맛이란.
돼지력했던 그때가 벌써 3년 전이라니. '나는 뭐했나' 싶은 그 사이에 옥동식은 더 유명해졌고 체인점(역삼, 한남)도 생겼다. 오랜만에 방문한 가게 앞엔 웨이팅용 기계가 한대 서있다. 김치 대신 깍두기가 올라왔고, 옥동식 사장님의 모습도 찾아볼 순 없었다.
맛? 맛이 그대로인지 변했는진 모르겠다. 그때도 그제도 그저 손 가는대로 허겁지겁 해치웠으니까. 아, 절대불변이 하나 있다. 무조건 특이 득이다. 너무 뜨거워서 손댈 생각도 할 수 없는 뜨끈한 한그릇을 받고나면 이 가격에 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절로 감사해진다. 이사한 덕에 더 가까워졌으니 앞으로도 종종 그 큰 놋그릇에 얼굴을 가까이 해야지.
이날 내 옆자리엔 가게 문 열기 전 옥동식을 찾은 세명의 식당 사장님들이 최근 매출과 떠오르는 맛집에 관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