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신상 카페 무대베이커리 후기
안성? 팜랜드만 떠올랐다. 하긴, 서울에서 파주나 안성이나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갈 일이 없었네. 하지만 무대베이커리 카페에 도착해 직감했다. 이곳은 안성의 진가를 다시 보게 할 다리가 될 것이라고! 사장님이 건물 도면을 그리던 시절부터 이것이 과연 무엇이 될꼬 늘 궁금했는데 이젠 오픈을 앞두고 프레스콜을 진행한다고 하니 참을 수 없는 것! 당장 신청서부터 쓰고 다녀왔다. 안성 카페의 핵심이 될 무대베이커리카페!
극장을 연상시키는 큰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핀 조명이 탁하고 관객을 반긴다. 과거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를 하던 시절이 스치며, 아 나 핀 조명 장면에서 새하얀 백지가 됐더랬지, 하다가도 시간 다 지나고 나니 두려움보다는 다시 설렘이 구나 싶어 괜스레 반가웠다. 관객으로 방문했는데 주인공이 된 듯, 무대의 떨림과 기대감이 새록새록.
문을 열면 펼쳐지는 전경. 물과 풀과 돌처럼 가장 원초적인 것들이 이렇게 가까이에, 웅장하게 다가올 수 있다니. 선이며 면이며 색감이며 전부 부드럽고 친절하지만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흐르고 머물고 지키는 것들에 대한 감격이었을까. 쭉뻗어오르는 듯한 기둥의 모습을 보고 아 이 공간 너무 재밌다, 하고 디테일 찾기에 신이 났다.
무대베이커리카페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 공간 자체가 자연의 흐름을 깨지 않도록, 그것 가운데 공존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거나 그저 흐르지 않게 적절하게 붙들어주는 모습들이었다. 꾸준히 보지 않으면, 계속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잘 안아준 그 마음이 관객으로 참여한 내게도 전해졌다.
2층을 오르면 또 다른 무대가 펼쳐진다. 자연의 현재를 마주하고, 곡선을 그리는 자리 언저리에 앉아 철새의 부지런함을 구경하는 것. 아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라니. 사실 친구와 안성으로 내려가는 길 내내 지난 주간 회사에서 있었던 사건 사고들을 속사포로 읊어내느라 꽤 격앙된 상태였는데, 이렇게 논 뷰를 마주하고 있노라니, 그것들이 다 무슨 소용일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지 말자, 하고 다시 방향이 잡히는 기분이었다.
화장실 손잡이가 돌멩이일 때부터, 일층 이층, 각 자리들에서 엿보이는 디테일도 감동적이었지만 모유수유실은 최초로 마주하기도 했거니와 또 이런 곳이 있을까 싶다. 그 고단한 시간을 배려한 공간이라니. 프러포즈받으면 이런 기분이려나.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너무 아름다운 일이다.
아무리 찍어도 무대 베이커리 카페 특유의 멋진 무드가 잘 담기지 않아서 속상했는데, 무대는 역시 직접 봐야 감동이다. 마치 공연처럼, 무대처럼 설렘으로 시작해 내가 누구인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안성행을 추천한다. 나 또한 또 다른 계절이 선사할 색다른 무대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