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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Jul 31. 2023

절대 비율 찾기

7월 월말 결산 일기


한동안 퇴근 후엔 무조건 요가원엘 갔다.

얼마나 더 건강해지려느냐는 질문에 나는 "현생과의 분리를 목적으로 한 자기 학대"라며 "그래도 나름 건강한 방법 같지 않냐"라고 되물었다.


몸을 괴롭혀서라도 잊고 싶은 불안은 마치 나의 핸드폰 앨범 같다. 지우고 비워도 제자리다. 이번 달엔 진주, 김해, 대부도 여행에서 쉬지 않고 찍어댄 탓에 3만 장이라는 마지노선을 훌쩍 넘겼다.


여행을 떠나면 날짜 개념도 사라진다.    

"아, 오늘이 목요일이야?"라는 말속엔 휴식이라는 경계를 통해 보호받고자 하는 나의 열망이 담겼다.

반대로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여행의 여운이란 온기 한 점 남기지 않고 휘발된다.

여행이 시시해서가 아니다. 한때 머무른 시간이 있고, 지금은 나아갈 곳이 있는 것 뿐이다.


고통을 외면과 단절로 대처할 땐 몰랐다.

불운을 수긍할 때 최초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수반된다는 걸.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 치면서 불안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깨달았다.

바로 '새로운 이야기'.

마치 내 앨범처럼 기어코 다시 차오르는 장면들, 지속될 시간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붕괴와 변형, 그리고 번영과 구원을 반복할 테지.

무거우면 비우고, 숨이 차면 쉬어가는 과정 자체를 필요로 하는 삶일 뿐이다.

그러다 보면 운 좋게 나에게 딱 적정한 불안과 기쁨의 비율을 터득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3시간 내내 하이볼을 말고 마침내 궁극의 맛을 연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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