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례 Oct 08. 2023

슬픔에 담금질 당하는 유익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리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7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무려 석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레누와 릴라의 하찮고 힘없던 어린 시절부터 청춘, 중년, 노년까 지 무려 60년이라는 세월을 눈으로 스치듯 보낸 꼴이지만 아마 도 내가 만났던 단어들, 마주할 실패들, 후회할 순간들, 붙잡고 싶은 기억들에 대해 미리 고통스러워했다는 것 만큼은 진심이다.


'점심 신메뉴'를 '심신 메뉴'로 잘못 읽을 만큼 마음이 고픈 때이 기도 하지만 3개월의 대장정 독서를 마치며 내 인생을 슬퍼하긴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모든 훈련은 고통스럽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미해지고 상실하는 것에 대해 나는 아무것 도 할 수 없다. 누구도 절대 뺏기지 말고 명확해지라 붙들지 않 았다. 내 욕심이 나를 놓지 못할 뿐.


퇴행하고 미련해지느니 슬픔에 담금질 당하는 것이 새롭게 되는 데 더 유익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당근으로 싸게 구입해보겠다고 목동까지 갔다가 무거운 책 네권 을 낑낑대며 집으로 돌아오던 여름날이 문득 강렬하게 떠오르는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설가 김영하 추천책 '완벽한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