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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Aug 07. 2017

[동화 읽어주는 여자]고양이 이발사/타다 토모코

동화 <고양이 이발사> 를 통해 만나는 '이해'로의 여행


내가 한창 늦깎이 대학생일 때 친구들은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학교를, 친구들은 직장을 마치고 한강공원 한편에 돗자리를 깔고 모여 앉았다. 까만 어둠 속에 환하게 불이 켜진 빌딩들을 넋 놓고 바라보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예전엔 저 불빛들이 예뻐 보였는데 이젠 그냥 다들 야근 중이구나 싶어.”


그 후로 나는 어디서든 야경을 볼 기회가 생기면 그 불빛 아래 무언가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직장인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됐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의미한다. 어느 여행보다 멋진 일이다. ‘고양이 이발사’에는 한 소년이 누군가를 이해함으로써 맞이하게 된 새로운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래 되서 낡아버린 이발소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이발소 주인의 유일한 낙은 고양이 킨지로와 노는 것. 이발소 주인의 아들, 소년은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와 낮잠만 자는 고양이 킨지로가 밉다.

어느 날 밤, 소년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킨지로가 아빠처럼 동네 고양이의 머리를 정성껏 손질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얼룩고양이, 암컷 페르시아, 소심한 고양이, 아기고양이 3마리, 할머니 고양이, 할아버지 고양이 등 이곳을 찾는 고양이는 성별도 나이도 다양하다. 그리고 고양이 킨지로는 최선을 다해 그간 닦아온 이발 솜씨로 고양이들의 마음을 만족시킨다.


아침이 오자 밤새 재기발랄하게 손님들을 응대하던 킨지로가 다시 늘어지게 잠을 잔다. 하지만 소년은 더 이상 킨지로가 밉지 않다. 오히려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소년은 킨지로가 이발소를 위해 매우 바쁜 밤을 보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도 빌딩 안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직장인이 됐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야경을 좋아한다. 저 빌딩 안에서 고군분투할 사람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그 노란 불빛들이 더욱 영롱하고 풍성하게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우리도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소년이 그랬던 것처럼! 만약 낮잠을 자는 킨지로가 당신 곁에 있다면 이미 여행 준비는 마쳤다. 불현 ‘이해’할 수 있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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