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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Aug 07. 2017

[동화 읽어주는 여자]아주 특별한 모자/맥스 루케이도

동화 <아주 특별한 모자>가 당신에게 던지는 행복한 질문

내가 다 커버린 손으로 다시 동화책을 집게 된 건 약 2년 전쯤이다. 아직은 점자책을 읽기가 부담스러운 어린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재미있게 들려주고자 몇몇 청년들이 모인 봉사단체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설레는 봉사 첫 날, 오늘 읽어줄 책 내용 정도는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책상에 앉아 가볍게 책을 읽어나가다가 결국엔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다. 그 후로 나는 자주 말하곤 한다.  


                                           "여전히 어른들에게도 동화가 필요해"


그래서 오늘, 그날의 감동을 곱씹어보며 『아주 특별한 모자』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10살이 되면 모자를 선물로 받는 모자리아 마을로부터 시작된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반은 곧 10살이 된다.


                                           "제 모자의 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아이반은 빵 굽는 펠릭스 아저씨, 아니타 음악 선생님, 소방수 브루노 아저씨 등 동네 어른들에게 각종 모자를 선물 받는다. 선물 받은 모자엔 앞으로 아이반이 가지게 될 직업을 뜻하는 장식들이 달렸다. 하지만 어른들이 준 선물은 아이반에게 모두 크고 무겁고 이상했다.


하지만 혹여 모자를 선물해준 사람들이 실망할까, 마주치는 어른들이 준 모자로 계속해서 바꿔 쓰며 힘든 하루를 보낸 아이반에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버지다. 아버지는 지친 아들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안고는 아들을 위로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에서는 63빌딩이 잘 보였다. 뭣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은 63빌딩을 ‘골드바’ 같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1년의 시간도 흐르지 않아, 난 63빌딩을 ‘인생의 벽’ 같다고 표현했다. 높은 빌딩을 마주하고 있자니 나의 하루에 정작 나 자신은 없는 모습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저 남들이 짜놓은 계획에 나를 맞춰가는 것, 남의 기분에 휘둘리는 것, 남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반의 아빠는 아이반을, 그리고 나를 이렇게 위로했다.


                      “누군가 모자를 주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모자를 써야하는 건 아니란다.

                              그들은 널 모르잖니. 아빠는 모자 만드는 사람이니까,

                              네가 나에게 부탁만 하면 널 위해 모자를 만들어줄께”


그동안 ‘의미 없는 모자들’을 써대느라 소비한 시간과 감정들을 생각하니 허탈한 기분도 잠시, 내 모자는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아이반의 아버지는 동화에 등장하는 어른들 중 처음으로 아이반과 내게 ‘질문’을 했다.


                                “말해볼래? 너는 어떤 일을 정말로 좋아하니?”


이 질문을 듣고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뽑기 사탕을 먹어본 아이처럼 행복했다. 내게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던지는 (면접이든 소개팅이든)뻔한 질문 말고 이렇게 따뜻한 질문이 오랜만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질문에 난 결국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가끔씩 흔들리는 어른들이 꼭 읽어보길 바란다. 꿈이 넘치는 어린아이가 깨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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