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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Aug 08. 2017

[동화 읽어주는 여자]샌지와 빵집 주인/로빈 자네스

샌지와 빵집 주인 리뷰

                     진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할까?


지난 2010년 5월, 나는 엄마와 오사카 여행을 했다. 수십 번은 읽은 가쿠타 미츠요의 소설 『공중정원』이 오사카 공중정원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곳에 가기 위해 우메다역 주변을 몇 바퀴나 돌았다. 헤매다 지친 나는 한 아주머니께 공중정원가는 길을 물었고 그는 선뜻 그곳까지 데려다 줬다. 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할 그에게 나는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그려진 냉장고 자석을 건넸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이 놀라웠다. “나는 이것을 받기 위해 널 데려다 준 게 아니야. 엄마랑 좋은 여행 하렴.” 다시 생각해도 정말 멋진 그의 한마디에 공중정원은 아직까지 아름다운 여행지로 남아있다.


이렇게 여행 중 뜻하지 않은 기쁨을 맛본 나와 달리 눈뜨고 코 베일 뻔한 여행자가 있다. 로빈 자네스의 그림동화『샌지와 빵집 주인』 주인공, 여행자 샌지다.


전설의 도시 ‘후리치아’에 도착한 샌지는 이 마을에 작은 방 하나를 얻었다. 비록 좁은 공간이지만 숙소 아래에 있는 빵집에서 매일 빵집 주인이 굽는 다양한 종류의 빵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올라와 샌지는 이 방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빵집 주인이 올라와 샌지를 노려보며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도둑놈아! 넌 내 빵 냄새를 훔쳤어. 아침, 저녁마다 맡은 빵 냄새 값 내놔.” 샌지는 이 일로 재판소에 서게 됐고 재판관은 그에게 다음날 은닢 다섯 냥을 가지고 다시 재판소에 오라고 말했다.


어렵게 돈을 마련한 가난한 샌지는 다음날 재판소를 찾았고 재판관은 커다란 놋쇠 그릇에 한 번에 한 닢씩 동전을 던지라고 그에게 말했다. “짤랑, 딸랑, 딸그락, 땡그랑, 떨그덕.” 재판관은 빵집 주인에게 놋쇠그릇으로 떨어지는 동전의 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빵집 주인이 분명히 들었다고 큰소리로 대답하자 재판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이 네가 받은 값이니라.” 재판관은 샌지에게 은닢 다섯 냥을 도로 돌려줬다.


자기가 만든 빵의 냄새조차 자신의 것이라고 단단히 착각하는 빵집 주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어쩌면 밤낮없이 달리고 있는 나의 목표가 욕심쟁이 빵집 주인같이 겨우 자기 주머니만 채우려는 멍청한 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누군가로부터 거저 얻은 하늘과 땅, 바다, 공기, 꽃, 바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튼튼한 몸.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함께 먼 여행길을 떠난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그들의 고단함을 보듬어주며 가끔은 그들을 위해 냄새 값을 소리 값으로 지불하는 지혜로움을 발휘해보고 싶다. 훗날 내 여행이 아름다운 것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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