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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Sep 29. 2017

용기가 없어서 오해를 만들었다

선입견에 관한 포토에세이


매번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지만 종종 의도치 않게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킬 때가 있다.

꽤 억울한 이야기인데 혹자에 의하면 내가 생긴 것과 달리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이란다.

나는 술이 한잔만 들어가도 온몸이 빨개지고 맨 정신에도 진심을 곧잘 이야기하는 편인데

사람들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는 눈치다.







음주가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나는 이 불편한 기대에 자주 낙담했다.

해명도 해봤다. 하지만 고정된 이미지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고 외모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생김새로 타인을 오해하지 않는 것이 내가 선입견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겨우 몇 가지 단서로 상대를 결정짓는 습관은 이미 내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과거의 경험은 상황을 판단하거나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선입견 또한 경험에 의한 필연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경험을 핑계 삼아 취하는 부정적인 ‘태도’일 뿐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이 불행한 선견지명은 자신을 지켜내기는커녕 오히려 저지한다.

선입견은 끝이 뭉뚝해진 화살촉처럼 아무런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미리 아는 것이 행복을 좌우하지 않는다. 진정한 앎이란 그 순간을 몸소 부딪칠 때 얻을 수 있다.

타자와 나 사이의 간격은 그동안 용기가 없는 내가 만들어낸 오해의 깊이였다. 

오래되고 낡은 내 틀에 상대를 욱여넣기를 그만두고 이제는 매번 내가 부서지는 일을 반복하고 싶다.

그렇게 내가 스스로 정했던 한계를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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