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에게서 배우는 자유의 기술
창조는 꾸준함에서 나온다네
고민녀
:
문창과를 다니고 있는 작가 지망생입니다
.
주변 친구들은 벌써 데뷔를 하고 단행본을 내고 있는데 저는 문장력도 약하고 책 내는 것은 꿈도 못 꿀 지경입니다
.
어렸을 때에는 저도 글 잘 쓴다는 소릴 늘 듣고 살았는데
,
글 잘 쓰는 애들만 모인 이곳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겠습니다
.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는지요
?
연암선생
고민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한참 후 대답한다
질문을 하는 자네는 글에 대한 환상이 있네
.
어렸을 때를 생각해 봐
.
손에 연필만 쥐면 계속 그렸잖아
.
집에서 기르는 개
,
엄마 아빠 꽃 산에서 본 동물 달
,
친구 등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게 재밌었잖아
.
그때는 뭐만 그려도 부모님이 관심을 보였지
. ‘
우리 이런 것도 그렸어
하고 말이지
.
잘 하지 않아도 그리는 것 자체로도 예뻐 보일 때니까
.
그런데 어른 되어서도 계속 그리는 사람은 많지 않지
왜 그런 것 같으나
고민녀
글쎄요
,
밥 먹고 살다보니 그림은 손 놓게 되는 게 아닐까요
연암선생
: (
고개를 가로 젓고
)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서 그런 거라네
.
어렸을 때는 그저 붓만 쥐고 그리면 잘 그렸다고 칭찬했지만 크면서 사람들은 평가를 시작하지
.
그러면 아이는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말지
. ‘
아
,
그림은 특별한 사람만 그리는 것이구나
.’
마찬가지로 글도 잘 쓰는 사람만 쓰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쓰지 못하게 되는 거라네
.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부터 버리게
.
그래야 부담이 없다네
.
고민녀
:
예
,
쓰는 것 자체는 좋아합니다
.
연암선생
:
그러면 첫 단계는 넘은 거네
.
글을 잘 쓰려면 많이 그리고 꾸준히 쓰는 것만큼 왕도가 없거든
.
더러 특출 나게 문재 文才 가 있는 사람들은 있어 하지만 칼은 갈지 않으면 뭉툭해지듯 매일 일정한 양을 써보는 거야 그러면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네
.
잘 쓰는 것은 그 다음 일일세
.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은 어렸을 때는 제법 글을 읽고 나름의 문체를 갖춘 문장을 쓰지만 과거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 시험문장을 배우고 겉을 화려하게 꾸미는 변려체의 글을 익숙하게 짓지
.
과거시험은 이 땅의 문학을 사라지게 하고 비슷한 문장만 남기는 폐단을 낳았다네
.
사람의 인물이 모두 다른 것처럼 생각과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거늘 어찌 과거시험 문장만 문장이란 말인가
?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남을 따라가서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거란 말이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남들과 비슷한 글을 써서는 안 되고 꾸준한 연습 끝에 자신만의 글을 찾으란 말일세.
사회자: 자신의 문체는 꾸준한 연습 끝에 나온다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습니다. 다음 질문 있습니까?
출처 행복한 백수학교 연암에게서 배우는 자유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