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흥! 인간들 풀, 함부로 뽑지 맙시다.
명상을 15년 정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몸의 감각이 예민해져서 식물이날 동물의 감각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내 상태가 좋고 고요해졌을 때 관심을 가지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때가 있다.
일본에서 이런 사람에 관한 드라마가 나왔길래
그곳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구나...
사실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신기해 하지만 사실은 힘들다.
그래서 더 시골에 사는지도.
나 말고도 함께 명상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식물이나, 곤충....대화를 나누고 또 일기를 쓰더라.
나도 주저주저 하다가 이젠 세상과 나누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 블로그에 올립니다.
2011년 봄, 꽃밭일기
꽃밭을 가꾸다보면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어쩔 수 없이 뽑아줘야 할 때가 있다. 문제는 풀들이 뽑히기 싫으니까 막 항의하면서 독을 내뿜는데 그럴 때마다 낫에 손이 베이거나 사고가 나곤 했다. 오늘은 독을 맞아 얼굴이 퉁퉁 불어 풀님들과 대화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침 명상을 끝내고, 마음으로 풀님을 불러보았다.
나: 풀님~
그러자 쀼루퉁한 표정의 풀잎 하나가 나타난다. 아마 풀을 대표하는 영체인 것 같다.
풀님: (성난 얼굴) 왜! 우리를 뽑는 겁니까?
나: 그건 꽃들이 풀이 너무 많아 덤불 속에 갇혀있으니 속아 주려고 한 거죠.
풀님: 우리도 소중해요. 우리도 보호해 줘야죠.
나: 원래 이곳은 꽃밭인데 생각지 않게 여러분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되어서 꽃과 풀 중에 꽃을 포기 못하게 서 부득이 하게 풀들을 뽑아주었어요.
풀님: (킁킁 거리며) 그래도 그렇지, 모조리 뽑아내다니요.
나: (달래듯) 생명력은 그대들만 한 존재가 없죠. 그래서 뽑아내고 있답니다.
풀님: 그럼 꽃을 뽑아야지, 왜 우리를 희생 하는 거죠?
나: 그건, 음, 이곳은 꽃밭을 하려고 만들었던 곳이에요. 보세요, 이 넓은 공터에 두, 세평 정도만 꽃밭이고 나머지는 풀님들 세상이지 않습니까? 요 정도는 우리들에게도 허락해 줄 수 있지 않아요?
풀님: 흥! 우리도 꽃과 다를 바 없어요. 너무 괄시하는 것 아닌가요?
나: 그런 건 아니죠. 다만 이 정도는 양보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잖아요.
풀님: (삐진 얼굴로) 흥흥흥흥!
나: 좀 이해해주세요. 미안해요.
풀님이 사라지고 이번에 꽃님들과 대화를 시도 해 보았다.
나: 꽃님들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셨죠?
꽃: 네, 풀들의 왕성한 생명력을 도저히 당해 낼 수가 없더군요.
나: 그러게요
꽃: 그래도 풀들 덕분에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어요. 양분은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지만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나: 서로 도움이 되었군요. 하지만 지금은 꽃님들이 풀숲에 가려서 도무지 여기가 풀밭인지 꽃밭인지 구분이 안가서 어쩔 수 없이 제초를 결정했답니다.
꽃: 고마워요. 풀님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이해해주세요.
꽃님들도 총총 사라졌다. 예전에 식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기 전에는 내 마음대로 일을 진행했는데 이젠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끔 그때가 편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렇게 대화를 하고 풀을 뽑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