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는 안 된다고 하고, 경영진은 무조건 하라고 할 때
PM의 삶은 화려한 기획보다 고달픈 '조율'의 연속입니다. 특히 가장 난처한 순간은 경영진과 개발팀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었을 때입니다. 경영진은 "다음 달 이벤트 전까지 이 기능을 무조건 넣으세요"라고 압박하는데, 개발팀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요. 지금 넣으면 버그 터집니다"라고 맞섭니다.
오늘은 이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최적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PM만의 생존 협상법, 바로 '양방향 통역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경영진을 설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의 선택입니다. 경영진에게 "서버 아키텍처가 복잡해서 안 됩니다"나 "레거시 코드가 많아서 힘들어요" 같은 기술적 핑계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를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PM은 기술적 제약을 '비즈니스 리스크'와 '비용'의 언어로 번역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팀이 안 된대요"라고 말하는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대표님, 일정에 맞춰 강제로 기능을 넣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결제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20% 증가합니다. 이번 이벤트의 목표가 매출 극대화인데, 결제 실패로 인한 예상 손실액이 약 5천만 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기술적 부채를 돈과 신용의 문제로 환산해서 제시하면, 경영진은 무리한 요구를 철회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개발팀을 움직이는 힘은 '납득'에서 나옵니다. 개발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영문도 모른 채 내려오는 '탑다운(Top-down) 지시'입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죠"라는 식의 태도는 개발팀의 사기를 꺾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듭니다. PM은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회사가 처한 '비즈니스 맥락(Context)'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합니다.
"대표님이 시켰어요" 대신 이렇게 접근해 보세요. "현재 우리 경쟁사가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 이번 달에 이 기능을 출시하지 못하면 점유율을 5% 뺏길 위기입니다. 완벽한 구조가 아닌 건 알지만, 이번 한 번만 '기술 부채'를 안고 빠르게 출시한 뒤 다음 스프린트에 리팩토링할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서 도움을 요청하고 '부채 상환'을 약속한다면, 개발자들은 PM을 믿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정에도 기꺼이 헌신해 줄 것입니다.
결국 샌드위치 PM이 살아남는 방법은 A안(경영진)과 B안(개발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제3의 대안(Trade-off)'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경영진에게는 "일정을 맞추려면 기능 범위를 줄여야 합니다"라고 제안하고, 개발팀에게는 "일정을 늦출 순 없으니, 대신 이 부분은 하드코딩으로 일단 처리합시다"라고 조율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음을 인정하고, '범위(Scope), 일정(Time), 품질(Quality)'이라는 세 가지 변수 중에서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지킬지 협상하는 것, 그것이 바로 PM이 발휘해야 할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양쪽의 압박을 견디는 것을 넘어, 양쪽을 잇는 단단한 다리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