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뇌를 해킹하라

'습관 형성'을 만드는 훅(Hook) 모델

by Wayne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을 확인하고, 지하철을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 유튜브를 켭니다. 도대체 이 앱들은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을까요? 단순히 기능이 좋아서일까요? 아닙니다. 성공한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무의식 속에 '습관'을 설계해 넣었기 때문입니다. PM이 가장 고민하는 리텐션(재방문율)의 해답은 마케팅 예산이 아니라, 사용자의 뇌를 자극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니르 이얄(Nir Eyal)의 '훅(Hook) 모델'을 통해, 사용자를 우리 서비스에 긍정적으로 중독시키는 4단계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단계: 계기 - 외부에서 시작해 내부로 침투하라

모든 습관은 '계기'에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앱 푸시 알림이나 이메일 같은 '외부 계기'가 사용자를 부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용자의 감정과 상황이 곧 앱을 켜는 신호가 되는 '내부 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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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는 감정이 들면 유튜브를 켜고,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면 SNS를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죠. PM은 우리 서비스가 사용자의 어떤 부정적인 감정(지루함, 외로움,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 있는지 정의하고, 그 감정의 순간에 우리 앱이 떠오르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2단계: 행동 - 생각할 틈도 주지 말고 쉽게 만들어라

계기가 생겼다면, 사용자는 행동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함'입니다. 아무리 동기가 강력해도 행동하기 어렵다면 사용자는 포기합니다. 포그의 행동 모델(Fogg Behavior Model)에 따르면, 행동은 동기, 능력, 자극이 동시에 발생할 때 일어납니다. PM이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변수는 '능력(난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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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로그인 절차를 없애고, 버튼 하나로 기능을 실행하게 하는 등 사용자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행동을 완료할 수 있도록 장벽을 최대한 낮춰야 합니다. 스크롤 한 번으로 콘텐츠가 재생되는 틱톡이나, 버튼 하나로 택시가 오는 우버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3단계: 가변적 보상 - 예측 불가능함이 뇌를 춤추게 한다

사용자가 행동을 했다면, 이제 보상을 줄 차례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냥 보상이 아니라 '가변적' 보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 때 불이 켜지는 것은 보상이지만, 결과가 뻔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흥분하지 않습니다. 반면 슬롯머신이 중독적인 이유는 '이번에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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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피드를 당길 때 어떤 새로운 사진이 나올지, 내 글에 좋아요가 몇 개 달릴지 모르는 그 '예측 불가능성'이 뇌에서 도파민을 폭발시킵니다. PM은 사용자에게 매번 똑같은 결과가 아닌,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4단계: 투자 - 사용자를 떠나지 못하게 묶어라

마지막 단계는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에 무언가를 '투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투자란 돈뿐만 아니라 시간, 노력, 데이터, 사회적 관계 등을 의미합니다. 사용자가 넷플릭스에 '좋아요'를 눌러 취향 데이터를 쌓거나, 블로그에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모두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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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의 '이케아 효과'처럼, 사람은 자신이 노력을 들인 대상에 더 큰 애착을 느낍니다. 또한,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주고, 다시 1단계인 '계기'를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쓰면 쓸수록 나에게 더 최적화되어 떠나기 아까운 상태, 즉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을 높이는 것이 훅 모델의 완성입니다.


결국 위대한 제품은 사용자의 삶에 스며들어 질문할 필요도 없는 습관이 됩니다. 여러분의 서비스는 사용자의 어떤 감정을 계기로 삼고 있나요? 그리고 사용자는 어떤 보상을 기대하며 들어오나요? 이 훅 모델의 4단계를 기획서에 적용해 보세요. 마케팅 없이도 사용자가 스스로 찾아오는 강력한 습관 형성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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