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기만하는 '다크 패턴'과 PM의 윤리
"첫 달 무료 체험하세요!"라는 문구에 혹해서 구독했다가, 해지 버튼을 찾지 못해 몇 달째 요금을 내본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가입할 때는 버튼 한 번으로 끝나더니, 막상 해지하려고 하면 복잡한 설문조사를 강요하며 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런 UX를 '다크 패턴'이라고 부릅니다. 사용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해 기업에 이익이 되는 행동을 강제로 하게 만드는 교묘한 속임수 설계죠. PM으로서 단기적인 지표 상승을 위해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저는 오늘 다크 패턴이 왜 결국엔 서비스의 수명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되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PM이 다크 패턴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표가 오르기 때문입니다. 해지 버튼을 꽁꽁 숨겨두면 당장 '구독 해지율(Churn Rate)'은 낮아질 것이고, 마케팅 수신 동의를 교묘하게 기본값으로 체크해두면 '마케팅 동의율'은 올라갈 것입니다. 숫자에 쫓기는 PM에게 이는 거부하기 힘든 마약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건강하지 않은 허상'입니다. 사용자는 서비스를 계속 쓰고 싶어서 남은 게 아니라, '탈출하지 못해서' 갇혀 있는 것뿐입니다. 이런 경험은 사용자에게 깊은 불쾌감과 배신감을 심어줍니다. 결국 이들은 SNS나 커뮤니티에 "이 앱 절대 쓰지 마세요, 해지 안 됩니다"라는 악평을 남기고,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규제 당국이 다크 패턴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어, 법적인 리스크와 막대한 과징금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단기적인 1%의 지표 상승을 위해 서비스의 미래 전체를 담보로 잡히는 위험한 도박인 셈입니다.
진정한 자신감은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문을 열어두는 데서 나옵니다. 넷플릭스가 성공한 비결 중 하나는 "언제든지 해지하세요(Cancel Anytime)"라는 약속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해지가 쉽다는 것을 알기에 사용자는 오히려 부담 없이 가입하고, 콘텐츠가 좋다면 스스로 구독을 유지합니다.
PM은 기획 단계에서 사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화이트 패턴(White Pattern)'을 고민해야 합니다. 중요한정보(유료 전환 시점, 가격)는 작은 글씨가 아니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명시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마케팅 동의나 추가 옵션은 기본값을 '비동의'로 설정하여 사용자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하는겁니다. 마지막으로 '탈퇴의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가입이 3번의 터치로 끝났다면, 탈퇴나 해지도 그만큼 쉬워야 합니다. "떠나시는 이유를 알려주세요"라고 정중하게 묻되, 그 과정이 사용자를 붙잡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결국 PM의 윤리는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생존 전략입니다. 사용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 서비스에 대한 신뢰(Loyalty)가 생기고, 그 신뢰가 쌓여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지표 뒤에 있는 '사람'을 보세요. 사용자를 속여서 얻은 100명의 갇힌 고객보다, 진심으로 만족해서 남은 10명의 충성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훨씬 더 크게 키워줄 것입니다. 눈앞의 숫자에 영혼을 팔지 않는 PM, 사용자의 편에 서서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기획자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