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사라질 PM과 진화하는 PM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창의성의 영역은 인간의 고유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ChatGPT-4o와 Gemini가 등장한 지금,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배달 앱 리뷰 작성 기능 기획서 써줘, 엣지 케이스 포함해서"라고 입력하면, 3년 차 주니어 PM이 꼬박 하루 걸려 쓸 문서를 AI는 단 10초 만에 뱉어냅니다. 심지어 오탈자도 없고, 논리적 비약도 없습니다.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능 명세서(PRD)를 쓰는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PM의 경쟁력이 될 수 없습니다. 바야흐로 '기능형 PM'은 사라지고, '본질형 PM'으로의 진화가 강요되는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살아남는 PM은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요?
가장 먼저 AI에 의해 대체될 1순위는 소위 '일정 관리자(Admin PM)'입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말을 전달하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지라(Jira) 티켓을 생성하는 업무는 AI가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미 노션 AI나 슬랙 봇이 회의 내용을 요약하고 액션 아이템을 할당해 주는 세상입니다.
만약 당신의 업무 중 80%가 "남이 시킨 일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이나 "화면 설계서를 예쁘게 그리는 것"이라면, 당신의 자리는 위험합니다. 텍스트를 생성하고 정리하는 'Output'의 영역에서 인간은 더 이상 AI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AI는 '정답'을 찾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직 물음표입니다. 바로 여기에 PM의 생존 열쇠가 있습니다.
"이탈률을 줄이는 솔루션을 줘"라고 물으면 AI는 수십 가지 방법을 나열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이탈률을 줄이는 게 맞을까? 아니면 객단가를 높이는 게 맞을까?"라는 전략적 질문은 오직 PM만이 던질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맥락(Context)을 읽고, 회사의 자원과 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우리가 지금 풀어야 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능력'. 이것은 데이터가 아닌 직관과 통찰의 영역이기에 AI가 쉽게 넘볼 수 없습니다.
PM의 업무는 모니터 앞보다 회의실 공기 속에서 더 많이 이루어집니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개발 팀장을 설득하고, 디자인 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수정을 요청하고, 경영진의 무리한 요구를 방어하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은 AI가 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입니다.
AI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기획서를 쓸 수 있지만, 그 기획서를 실행하기 위해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개발자에게 커피 한 잔 사주며 스몰톡을 건네는" 센스는 발휘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은 차가운 문서가 아니라 뜨거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역량인 '공감'과 '협상' 능력이 PM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미래는 'AI에게 대체되는 PM'과 'AI를 부리는 PM'으로 나뉠 것입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문서 작업은 AI에게 과감하게 넘기세요. 그리고 거기서 확보한 시간을 '고객을 만나는 일', '팀원과 대화하는 일', '깊이 있게 사색하는 일'에 투자하세요.
기획서는 AI가 더 잘 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기획서에 '영혼'을 불어넣고, 팀을 하나의 목표로 뛰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살아질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선택은 이제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