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기업과 핀테크 회사에서 배운것
저의 이력서에는 에듀테크 기업과 핀테크 기업이 적혀 있습니다. 두 회사는 언뜻 보면 전혀 다른 산업군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코딩을 가르치고, 하나는 투자를 중개합니다. 하지만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제가 마주한 본질적인 문제는 비슷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는 결과를 원하지만, 과정은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개발자가 된 멋진 나'를 꿈꾸며 강의를 결제하지만,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코드를 짜는 건 고통스러워합니다. 누구나 '부자가 된 나'를 꿈꾸며 계좌를 개설하지만, 당장의 소비를 줄이고 차트를 분석하는 건 지루해합니다.
결국 '지연된 보상'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아야 하는 이 싸움에서, 사용자의 '의지력'에만 기대하는 서비스는 필패합니다. 에듀테크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완강률을 높이는 장치'들이 핀테크에도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에듀테크 기업에서 일하던 시절, 저는 데이터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수강생들이 이탈하는 시점은 강의 내용이 어려워질 때가 아니라, '성취감의 공백기'가 길어질 때였습니다. 인간의 뇌는 즉각적인 보상을 원합니다. 하지만 공부의 보상(취업, 이직)은 너무 먼 미래에 있죠, 그래서 저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가짜 보상'들을 기획했습니다.
강의를 하나 들을 때마다 차오르는 '진도율 프로그레스 바'
일주일 연손 출석하면 주어지는 '불꽃 뱃지'
복잡한 코드를 통과했을 때 터지는 '폭죽 애니메이션'
이 사소한 장치들은 사용자를 책상에 앉혔습니다. "공부해야지"라는 의무감이 아니라, "저 게이지를 100%로 채우고 싶다"는 수집 욕구가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입니다.
이 원리는 금융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핀테크 앱들이 단순히 "이율 3% 드립니다"라고 숫자로만 설득하는 건, 에듀테크로 치면 "이 강의 들으면 취업률 90%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상적으로는 알지만, 가슴이 뛰지는 않습니다.
만약 적금을 넣을 때마다 내 캐릭터가 조금씩 자라난다면 어떨까요? 소비를 줄인 날마다 달력에 '참 잘했어요' 스탬프를 찍어주고, 연속 달성 시 우대 금리 쿠폰이 팝업으로 뜬다면? 토스(Toss)가 '만보기'나 '복권 긁기' 기능을 금융 앱에 도입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루한 금융 생활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재미'와 '즉각적 피드백'에 있다는 것을요.
핀테크에서, 그리고 에듀테크에서 제가 배운 PM의 역할은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 설계자'의 역할을 더 많이 했습니다.
'고객님 공부하세요', '고객님, 투자하세요'라고 잔소리하는 대신, 사용자가 무의식적으로 '다음 버튼'을 누르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레벨 업하는 게임'처럼 느끼게 포장하는 것. 이것이 제가 진행한 업무의 90% 입니다.
앞으로 핀테크는 더 이상 '돈'만 투자하고 관리해 주는 곳이 아닐 것입니다. 사용자의 '습관'을 관리해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습관을 만드는 기술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지루한 공부를 가장 재미있게 팔아야 했던 에듀테크의 업무에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