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UI/UX를 똑같이 따라하신적이 있나요?

by Wayne

신규 피처를 기획하거나 기존 화면을 개편할 때, 주니어 기획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앱스토어를 켜서 순위가 높은 앱들의 화면을 참고하거나, 핀테크 기획자들은 토스를 키고 여기는 어떻게 화면을 구성했는지 보는 경우가 많을 거 같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겉보기에는 아주 훌륭한 레퍼런스 활용법 같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수백만 명이 매일 쓰는 검증된 UI를 우리 서비스에 이식하겠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단순함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가장 큰 착각은 1등 앱들의 화면이 그 자체로 완벽한 ‘정답지’라고 믿는 것입니다. 토스의 송금 화면이나 배달의민족의 주문 플로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이유는, 표면적인 버튼의 위치나 예쁜 폰트 때문이 아닙니다. 물론 영향이 없다고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그 매끄러운 화면 이면에는 수백 명의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구축해 놓은 거대한 백엔드 시스템과 방대한 유저 데이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토스가 유저에게 단 하나의 입력창만 띄워줄 수 있는 이유는, 나머지 아홉 개의 복잡한 인증 절차와 데이터 검증 로직을 보이지 않는 서버 단에서 이미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보이지 않는 기술적 부채와 비즈니스 맥락은 철저히 무시한 채, 껍데기만 흉내 내어 입력창을 하나로 줄여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서버는 그 공백을 감당하지 못하고 뻗어버리거나, 유저에게 치명적인 오류를 내뱉게 될 것입니다.



도메인이 다르면 유저의 심리도 다르다

특히 핀테크 도메인에서 이런 맹목적인 복사 붙여넣기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거래소의 매수 화면을 디자인하면서, 토스의 간편 주식 주문 UI를 그대로 차용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복잡한 호가창을 치워버리고 ‘얼마를 살까요?’라는 텍스트 하나만 남기면 유저가 좋아하겠지”라는 1차원 기획은 하루 만에 고객들의 거친 CS 폭탄을 맞게 됩니다.


주식 거래와는 다르게 0.1초 단위로 변하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저는 변동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서 ‘통제감’을 느끼길 원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맹목적인 심플함이 아니라, 엄청난 정보량 속에서도 유저가 실수하지 않도록 만드는 정교하고 방어적인 촘촘함입니다. 이처럼 도메인이 다르면 유저가 앱을 켰을 때 느끼는 심리적 온도와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1등 앱의 UI는 우리 서비스에서 철저한 오답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뭘 훔쳐야 하는데?

그렇다면 기획자는 레퍼런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화면을 캡쳐해서 “이렇게(HOW) 만들자”라고 말하는 대신, 역설계의 관점으로 파고들어야 합니다. “토스는 왜(WHY) 여기서 이 버튼의 색상을 죽였을까?”, “배달의민족은 왜 이 단계에서 굳이 바텀 시트를 띄워 한 번 더 확인을 받았을까?”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 입니다.


그들이 왜 그런 화면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에 어떤 법적 규제나 비즈니스적 타협이 있었는지를 상상하고 뜯어보는 과정이 진짜 기획자의 공부입니다. 껍데기인 UI를 훔치지 말고, 그 UI를 탄생시킨 기획자의 ‘의도’와 비즈니스의 ‘논리’를 훔쳐야 합니다. 우리 서비스의 유저가 처한 문제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토스 기획자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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