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리하면서, 과거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기획안들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역량을 가장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PM의 포트폴리오가 반드시 갖춰야 할 본질적인 요건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의 과거를 정리하다가 깨달은 것과 회사를 다니며 여러 PM 이력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느낀 마음을 움직이는 포트폴리오 작성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수많은 기획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사실 저도 ㅎㅎ…), 화면 설계서나 와이어프레임을 얼마나 예쁘고 꼼꼼하게 그렸는지 자랑하는 데 페이지의 대부분을 할애한다는 점입니다. “로그인 화면의 버튼을 하단으로 옮겼습니다” 혹은 “메인 페이지의 UI를 트렌디하게 개선했습니다”와 같은 결과물 위주의 서술은 안타깝게도 면접관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면접관이 진짜로 보고 싶은 하는 것은 기획자의 피그마(Figma) 활용 능력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집요한 문제 해결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화면을 그릴 수는 있지만, 아무나 타당한 논리를 설계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저 역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다시 다듬으면서, 과거에 썼던 기획안들을 돌아보며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기도 합니다.
포트폴리오는 철저하게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추리 소설이 되어야 합니다. 첫 장을 넘겼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해야 할 것은 화려한 솔루션과 디자인이 아니라, 현재 서비스가 직면한 뼈아픈 문제 그 자체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 헬스나 애플 건강 데이터를 연동하는 기능을 기획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하단에 연동 버튼을 얼마나 직관적으로 배치했는지 보여주는 것은 디자이너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PM의 포트폴리오라면 “유저들이 매일 운동 기록을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피로도를 느껴 3일 차 이탈률이 40%에 달했다”는 날카로운 문제 정의가 서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가 날카로울수록 그 뒤에 이어질 해결책은 더욱 눈에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문제를 정의했다면 그다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가설을 세웠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내야 합니다. 버튼 하나를 추가한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저가 다음 행동을 주저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어떤 지표를 트래킹했는지 논리적인 흐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설령 그 가설이 실패로 돌아가 목표한 전환율을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주눅 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실패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굴해 내고, 다음 스프린트에서 어떤 액션 아이템을 도출해 냈는지 솔직하게 적어내는 것이 어설픈 성공 스토리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진정성 있는 무기가 됩니다.
합격하는 PM의 포트폴리오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런칭했는지를 나열하는 카탈로그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포트폴리오는 일상이나 서비스 속에서 불편함을 발견해 내는 집요함,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과감하게 우선순위를 정하는 결단력, 그리고 가설을 검증하며 집단 지성을 이끌어낸 치열한 오답 노트가 되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 첫 장에 예쁜 목업 이미지를 띄우기 전에 스스로 한 번 질문해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나는 지금 면접관에게 단순히 ‘기능’을 설명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팔고 있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