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같은 실수나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소한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자주 돈을 빌리는 사람, 자주 약속에 지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복되는 이러한 실수나 행동에 넌더리가 난 누군가는 그 관계를 정리하며 이렇게 말하고는(다짐하고는) 한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
그런데 이 말은 틀렸다. 사람은 본래 누군가가 함부로 고치거나 쓰는(사용하는)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대상을 자신의 방식대로 '고치거나', 자신의 뜻대로 '쓰려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 관계가 부모님과 자녀일 수도 있고, 이성관계 사이가 될 수도 있고,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이 세 가지 유형의 관계 속에서 부모가 자녀를, 이성친구 혹은 배우자를, 동성친구를 '고쳐 쓰려고' 하고, 우리는 이를 '가스라이팅'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는 말은 위험하다. 그 말보다는 차라리 '내가 용인하기 힘든 실수나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정도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실수나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의 정말 가까운 사람, 이를테면 가족이나 결혼을 약속한 연인,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이 눈물을 흘리며 내 앞에서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누구나 이 사람들의 실수 앞에서는 관대한 용서에 대한 유혹과 본능적인 위험 알람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이제는 정말 바뀌지 않을까'라며 사과를 받아주었다가도 그 이후 찾아오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원망의 파도가 이따금씩 밀어닥칠 때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바꿀 의지가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소중한 관계를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복된 실수나 행동은 마약이나 정신병이 아닌 이상 그 사람의 의지의 차원이다. 그렇기에 반복되는 실수나 행동을 하는 나의 매우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그 실수나 행동을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기보다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더 낫다. 그 사람은 나와의 관계를 자신의 행동이나 실수를 바꿀 만큼 소중히 대하고 있는가?
조금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그 관계를 평가해 보고 이 판단이 들었다면 스스럼없이 실천에 옮겨 보자. 다만 쉬운 사과만큼이나 쉬운 용서는 관계 개선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자신이 받은 상처나 고민 앞에서 쿨한 척 넘어가지 말자. 상대방도 그러한 태도에 동조해 쿨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 마음에 대해 상대방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이를 어떻게 방지할지를 고민하는 상대방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진다면 그때 용서해도 늦지 않다. 만일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관계를 붙잡지 않는 것이 좋다.
가까운 누군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면, 이 글이 작은 힌트나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