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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Sep 01. 2021

남자가 결혼을 결심하는 이유

내 주변의 형, 동생, 친구들의 결혼을 보면 대부분 이 세가지 이유로 귀결된다.

 - 내 나이(혹은 상대방의 나이)가 어느새 결혼적령기가 되었으니 지금 내 옆에 이 여자와 ... (50%)

 - 이 여자와 몇 년 사귀었는데, 이제 새로 연애하기도 귀찮고, 정착하자 ... (30%)

 - 내 인생에 이 여자와 정말 결혼하면 좋을 것 같다 ... (20%)


물론 이건 그들이 술자리에서나 평소에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내린 비중이니 실제로 어떨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 결혼 이후에 그들의 자조섞인 후회와 더불어 이 이유를 들었던 것이니만큼 그들의 초심이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 비중이 반대이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올해 초 결혼 이야기를 하기 전, 프러포즈를 준비하며 왜 이 여자에게 내 인생 단 하나뿐일 이 세레머니(?)를 준비하는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 '결혼'은 사실 추상적인 개념일 수 밖에 없다. 나에게 더 본질적인 명제는 '이 사람과 단 둘이 함께 살아가도 괜찮겠다'라는 확신 (50%)

 - 서로 즐거울 때보다 힘들거나 슬플 때에 서로가 보여주는 모습에서 오래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 (20%)

 - 내 젊음의 후반기에 다다르니 현실적으로 이 사람이 내 마지막 '최선'일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 (10%)

 - 우리 부모님께 친근하게 잘 대하는 모습 (10%)


이렇게 내 나름의 확신을 갖고 프러포즈를 준비했다. 우리가 평소 방문하기를 좋아하는 도시(지역)에 위치한 가장 좋은 호텔을 빌려놓고 그간의 사진들과 케이크와 꽃, 조명을 장식했다. 그리고 깨알같은 크기이지만 평소에 부담없이 끼고다닐 수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녀는 프러포즈 멘트를 하기도 전에 반지를 보자마자 "오빠, 이거 내 반지야?" 하면서 손에 끼고는 내 프러포즈 멘트를 듣지도 않고 "응"이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녀의 확신어린 대답에 당황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내 확신에 상대방도 같은 확신으로 답해준다는 것. 그것이 프러포즈의 가장 아름다운 결말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사귄지 1년, 알게 된지 500일과 일주일이 된 날에 결혼을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앞으로 간간히 내 일상과 함께 결혼을 준비하는 남자로서 느낀 점들을 함께 공유해 보려고 한다. 조금 더 글을 자주 쓰기 위한 나만의 노력이기도 하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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