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큼 아름다워야 마땅한 끝을 위하여
처음과 끝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최초의 순간은 누구나 강렬하게 기억을 하고 준비하지만, 사실 마무리를 볼 때 그 사람의 내공이나 열정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2021년 엔딩을 앞두고 엔딩의 순간, 누구나 준비할 수 있는 공통된 무언가는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무언가. 엔딩곡이 떠올랐다. 그렇기에 기업 홍보담당자로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받아 보았다. "당신만의 엔딩곡은 무엇인가요?"
015B ‘이젠 안녕'
학창 시절 동아리에서 졸업하는 선 배들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는 전통이 있었 습니다. 부를 땐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제가 졸업할 때 이 노래를 듣다가 감정이 북 받쳤던 기억이 있네요
아이유 ‘밤편지’
복잡한 생각에 쫓겨 차분한 정리가 필요할 때 차에서 이 노래를 듣곤 합니다.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대화를 걸어주는 느낌 이 들어 저도 모르게 모든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더라고요.
Coldplay ‘Yellow’
고등학생 시절, 두려운 미래와 자신감 없던 제게 희망을 준 노래예요.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싶었던 저의 마음을 위로해주었죠. 어두운 새벽부터 해가 뜨는 아침까지 원테이크로 5분간 찍은 뮤직비디오는 지금도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저를 가만히 달래 줍니다.
혁오 ‘공드리’
어떤 일을 마무리할 때 제가 항상 찾 는 곳은 잠실대교입니다. 그 위에서 기뻐서 소리칠 때도 있었고, 슬퍼서 소리칠 때도 있 었어요. 아마도 한강 끝 삼각주에는 제 모든 희로애락이 퇴적돼 있겠죠. 후련함 뒤 찾아 오는 고요함에 잘 어울리는 이 노래를 추천 합니다
김윤아 ‘Going Home’
어머님이 뇌출혈로 쓰 러져 중환자실에 계실 때 병 문안을 가는 길이었어요. 라 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 래를 듣자마자 눈물이 너무 나서 운전이 힘들 정도였죠. 휴게소에 들러 한참을 울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지더라 고요. 현실의 아프고 슬픈 일 로 인해 낙담 하더라도 희망 을 다짐하며 스스로를 위로 할 수 있는 노래입니다.
김건모 ‘아름다운 이별’
직장에서는 많은 사람이 만나고 헤어집니다. 만남은 늘 기대감을 선물하죠. 그리고 기대감은 무척이나 설렙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헤어짐의 아쉬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 정말 반가울 것을 잘 알기에 헤어져도 다시 웃으며 만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종신 ‘나이’
10대를 지나 20대, 30대로 향해가면 서 점점 빠르게 늘어나는 숫자와 고민으로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 을 때면 ‘지나간 해를 후회하지 말고 내년의 나를 더 소중히 아껴주자’ 다짐하게 됩니다. 한 해의 끝에 선 두려움을 없애주고 스스로 를 격려해주는 저만의 엔딩곡이죠
YB ‘너를 보내고’
룸메이트로 4년간 대학 생활을 함께한 친구를 1999 년 말 백혈병으로 떠나 보내고 돌아오던 차 안에서 동창 들과 들었던 곡이에요. 아무런 말없이 모두가 먹먹한 마 음으로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연말이면 이 노래 를 듣게 됩니다.
윤종신 ‘지친 하루’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골목 길을 걸을 땐 윤종신의 ‘지친 하루’를 듣습니 다. 개인적으로 윤종신의 노래를 좋아하는 데 아직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핑 돌던 순간이 떠올라요. 누군가에게 시시 콜콜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위안받는 기분 을 느끼고 싶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정경화 ‘지상에서 영원으로’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네요. 가끔 그리워서 잠 못 이룰 때면 밤새 듣던 노래입니다. 가슴을 적시는 가사가 정말 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가사에 더욱 공감이 가네요.
빅뱅 ‘마지막 인사’
다이어트를 하려고 매 일 집 앞 탄천을 뛰고 있습니다. 숨이 차 올라서 그만 하고 싶을 때 신나는 음악으로 심기일전한 뒤 마지막에는 꼭 이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정말 마지막이야!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만 뛰면 살이 빠질 거야!’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5분을 버팁니다.
하동균 ‘혼잣말’
코로나19로 몸, 마음, 일거리 등 모든 게 지친 요즘, 하루 의 끝에 가장 어울리는 엔딩곡
마이클잭슨 ‘Love Never Felt So Good’
어떤 엔딩은 기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을 의미하기도 하죠. 오래 전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축제나 파티 같은 분위기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사랑하 는 사람들과 술이 자연스레 생각난답니다.
Mody ‘Extreme Ways’
삶을 압박하는 무언가가 마무리될 때 늘 영화 <본> 시리즈의 엔딩곡을 들어요. 영화 말미의 모든 갈등 상황이 종료된 후 이 곡이 울려 퍼지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잖아요. 제 결혼식 입장곡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혼자였던 제 삶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의미로 말이죠.
드라마 <미생> OST
힘든 일과 후 술 한잔하고 집으로 돌 아가는 길엔 늘 드라마 OST를 듣습니다. 볼빨간사춘기 ‘가리워진 길’, 곽진원 ‘응 원’, 한희정 ‘내일’을 듣다 보면 잔잔한 감상에 빠지곤 해요.
Eagles ‘Desperado’
아내와 연애할 때 헤어질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노을 진 광안리 해변 옆, 차 안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슬픈 대화를 이 어갔어요. 운명의 장난인지 라디오에서는 이 노래가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죠.
Billy Joel ‘Piano Man’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친구들과 경 포대로 해돋이를 보러 갔죠. 바닷가에서 기 다리던 중 옆 행사장에서 들려오던 이 노래 가 정말 좋더군요.
Alec Benjamin ‘Let Me Down Slowly’
이별이 다가옴을 알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천천히 떠나주길 바라는 가사가 매 력적입니다. 처음엔 우울하고 슬플 때 찾던 곡인데 이제는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거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때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해주는노래네요.
소피루비 ‘샤인업’
결혼 전에는 잔잔한 발라드, 뉴에이 지를 들으며 책을 보다 잠이 들곤 했습니다. 두 딸의 아빠인 지금은 애들을 재우기 전에 공주풍 만화 주제곡을 들려주며 아이들을 씻깁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나 자신에게 ‘오늘도 고생했다’고 토닥여주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