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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Feb 16. 2022

"요즘 어떻게 지내?" 질문에 대한 소소한 답변

#요즘_본_콘텐츠

평소 팟캐스트를 듣고는 한다. 유튜브보다 눈을 조금 덜 어지럽히게 하고, 그만큼 내용은 더 잘 들어올 때가 많다. 특히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운전을 할 때에 효율적이다. 나의 즐겨찾기 채널 목록은 크게 ‘자기 계발’과 ‘엔터테인먼트’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요소를 함께 충족하는 팟캐스트(라디오 채널)인 <시사 특공대>의 진행자였던 이재익 PD가 갑작스럽게 하차했다.


하차의 이유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즐겨 듣는 콘텐츠가 나와의 암묵적인 약속, 즉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정기적인 콘텐츠의 수요공급 관계, 을 단순 팟캐스트도 아닌 한 지상파가 침해할 수 있다니. 팟캐스트 <씨네타운 19>의 DJ이자 건강한 웃음 활력소가 되어 온 이재익 DJ의 귀환을 희망해 본다. 다만, 나는 충성도 높은 콘텐츠 수요자는 아닌 걸로. 내 시간의 빈틈을 채워 줄 다른 콘텐츠들을 부지런히 물색해 찾아 내고야 마는 나를 보노라면..


#요즘_퇴근길

시간이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나는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선호한다. 국도를 달리면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더 현실감 있게 들어온다. 신호등에 잠시 멈춰 설 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바꿔 들을 수도 있는 여유가 있다. 계절이나 장소의 변화를 느끼는 데에도 더 좋다. 늘 같은 퇴근길이지만 조금의 여유와 변화를 즐기다 보면 그 에너지가 퇴근 후의 나에게 유지되어 내 시간을 온전히 보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고속도로가 효율성이라면 국도는 작은 낭만이 아닐까. 사람들은 출발점과 도착점을 직선으로 잇는 고속도로를 무한대로 짓기를 원하지만 그럴수록 국도는 더욱 한산해지고, 그만큼 조금은 더 여유로운 운전을 즐길만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요즘_주말

주말마다 여자친구와 나 서로에게 요리 하나씩 해주는 미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최근에 여자친구가 나에게 해 준 ‘레몬케이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장만한 아일랜드 테이블에 나도 모르게 장을 봐 놓은 재료들로 가득 채워놓은 여자친구에게 "무슨 요리를 할 거야?"라고 물으니, 우리의 기념일을 위해 만드는 특별한 요리라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 '고추장찌개'와 '레몬케이크'를 병행해 뚝딱뚝딱 만드는 여자친구를 보며 감탄에 감탄을 했다. 기존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하면서도 이렇게 일을 추진하고 해 내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든든한 여장부 같았다. 작은 체구의 그녀였기에 더더욱 효과는 극적이었을 수도.


요리를 하는 동안 나는 재료를 다듬거나, 설거지를 해놓거나, 테이블을 세팅해 놓거나, 함께 볼 콘텐츠를 선정해 놓는다. 이런 루틴 하나하나가 노동이라기보다는 합을 맞추는 과정 같다고 할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런 계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모든 일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싶기도 하다.


#요즘_나눈_대화

최근 대학 선배의 생일에 커플 맥주잔을 선물했다. 형광펜으로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는 맥주잔으로, 아내분을 위한 소소한 서프라이즈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기프티콘으로. 파티라는 단어가 어색해진 만큼, 원격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 기프티콘의 종류 또한 단순한 커피나 케이크에서, ‘혼술에 적합한 선물세트’나 ‘디즈니 구독권’처럼 다양한 타깃을 고려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항상 고민해서 선물 주는 게 감동이네”라는 선배의 말에서처럼, 결국 선물의 본질은 방법보다는 그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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