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척수염 환자다 (17)

퇴원은 했으나

by 김춘영

퇴원은 했으나 나는 여전히 척수염 환자다.

이제 겨우 걷게 되었으니 다 나은 것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으나 아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왔으나 예전처럼 청소라든가 반찬을 만드는 일들은 아직이다.

한다고 해 보았는데 앉고 일어서기가 여의치 않으니 고역이다.

게다가 싱크대 앞에서 남편발에 걸려 넘어졌는데 오른쪽 발가락이 아파서 보니 둘째 발가락이 멍이 들었다.


내일 우유 사오라 해서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을 생각인데

요구르트 만드는 유리단지가 다섯 개밖에 안 보인다.

나머지 세계와 여분으로 사두었던 단지가 어디에 있는지 여기저기 열어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의자에 올라 싱크대 위쪽을 보고 싶으나 참았다.

의자에 올라 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병원에 있을 때는 시간 맞춰 화장실엘 갔는데 그것도 시간을 놓쳐 요실금팬티가 퍽퍽 젖는

다.

병원에 있을 때보다 요실금팬티 소모가 두 배다.

운동도 하게 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자전거 30 분타고

브리지 한 59개 정도

어제 너무 많이 걸어 엉덩이가 아프다

오늘은 교회 갔다 오고 집안에 만 있어서 3000걸음 걸었다.


일을 했다.

남편과 오빠가 말려놓은 녹두 꼬투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까길래 나도 조금 거들었다.

다 깐 것을 체에 넣고 흔들어 쭉정이 걸려내는 일은 내가 했는데 한 500g 정도밖에 안된다.

고급 인력 셋이 두 시간 이상 일한 결과다.

돈으로 따지면 만 원어치 될까?

밤도 까서 남편과 오빠와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앉아서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으니 참 좋다.

간식으로 약밥도 먹고 멜론도 먹고 사과도 깎아 먹고....

저녁엔 지인께서 수육과 겉절이 무생채 그리고 도토리묵과 양념장까지 직접 만들어 오셔서 참 맛있게 먹었다.

앗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렸다

점심 것과 저녁약 중 중복되는 것은 빼버리고 같이 먹어버렸다.

내일부턴 정신 똑바로 챙겨서 약을 제대로 먹어야겠다.

집에 오니 여러 가지로 불편하면서도 평안하다.





작가의 이전글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