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요리
내가 아프기 전에도 남편은 밥은 잘했다.
전기밥솥에 쌀을 잘 씻고 콩이나 아로니아를 넣고 밥물을 잘 맞추어 맛있는 밥이 되었다
야채가 많이 나오는 철에 가끔 감자볶음이라든가 간단한 요리를 하곤 했다.
맛있네 하며 먹었지만 내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냉장고에 있는 여러 가지 재료를 마구 섞는다는 것이었다.
재료의 궁합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좀 주재료가 무엇인지 알 정도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아프기 전에는 내가 거의 모든 음식을 담당했다.
남편은 방학 때 손자들이 오면 짜장밥이라든가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는다든가 하는 일은 잘했다.
내가 아프기 전 어느 날 군정소식에 65세 이상 남자 어르신 청춘요리교실을 연다는 공고가 떴다.
남편에게 해 보라 했더니 벌써 신청했다고 한다.
9월부터 11월까지 화 목 2시간씩이다.
추석 명절 전 퇴원을 했는데 그 주간에 잡채를 해왔다. 들어갈 재료가 다 들어가고 파프리카로 색도 예쁘게 맛도 정말 좋았다. 메추리알 장조림 소고기뭇국 북어무침 묵은지돼지고기말이찜 고등어조림 등 등 해오는 음식마다 맛이 있었다.
남편의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안 것 같다.
양념의 중요함 간 보기 등등
이제는 김치도 맛있게 담는다.
물론 내가 옆에서 보조 노릇을 잘하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생산물로 요리를 해 먹는 일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다.
동치미 같은 무김치.
빨갛게 양념한 무김치
무는 물론이거니와 고춧가루 마늘 쪽파 매실청...
소금과 생강만 빼놓고...
내가 이리될 줄 모르고 남편은 올해도 김장배추와 무 갓 쪽파등 김장을 할 수 있는 식물을 재배했다.
그러나 지금 내 형편으론 언감생심이다.
남편의 요리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남편은 내가 옆에서 코치해 주면 자기가 김장을 해 보겠다고 한다.
그러나 김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추를 절여 씻어야 하고 육수를 끓여 고춧가루와 마늘 다진 것 생강등을 넣어 감치 속을 만들어야 허고 치대야 한다.
한다면 못하할 것도 없지만 내가 많이 움직이게 될 것이고 허리가 더 아파질까 봐 겁이 난다.
다행히 오랜 지인이 해 주겠단다.
그래서 밭에 있는 재료 다 가져가고 나는 김치통 두통만 달라고 했다.
배추가 아직 밭에 있다
오늘 기온이 뚝 떨어졌고 이번 주 내내 그렇다는데 배추를 뽑아야 헐 거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사가 재미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공대가 아니라 농대를 갈 걸 그러더니
오늘은 퉁수매운탕을 맛있게 끊여놓고
내가 공대가 아니라 세프가 되어야 했는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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