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내게 과분한 집이다.
입원해 보니까 한 사람에게 필요한 공간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부엌 딸린 거실 방한칸과 화장실이면 될 것을....
그리고 마당 한편에 조그만 채전이면 족할 것을....
점점 나이는 들어가는데 우리의 밭이 우리의 족쇄가 될까 두렵다.
정말 이런 생활이 우리가 원하는 삶이었을까
우리가 생산한 것이야 하며 즐겨 먹고 있지만 그 과정이 힘이 부친다.
나는 제초작업이나 수확을 돕는 정도인데 도...
이젠 그 마저도 못하고 있지만.
어느 채소든 우리 둘이 먹기에는 넘치게 수확된다
이 지역은 거의 자급자족하기에 나눠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과일은 넘치게 생산되지만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복숭아도 적과 하여 제대로 된 크기로 만들어 놓았지만 맛이 들기 시작할 때 벌레가 먹고 새가 쪼아 먹고 그러면 썩기 시작한다. 걔들 먹고 남은 걸 칼로 도려내고 먹는다.
배는 익기도 전에 야생동물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버렸다.
그나마 제대로 먹을 수 있었던 건 밤과 살구와 피자두 정도이다. 올해는 대봉감도 잘 먹고 있다.
그건 나무에 달려있을. 땐 떫어서인지 새도 벌레도 먹지 않는다.
딱딱한 걸 따서 후숙 시켜가며 익은 걸 골라가며 먹는다.
키위는 적과를 했는데 영양분이 적었는지 열매가 크지 못했다.
너무 작아 반갈라 티스푼 한 번에 먹을 수 있다.
올해 옥수수는 수확 시기를 놓쳐서 딱딱한 데다 벌레가 너무너무 집적거려 놔서 나눠먹기도 어려웠다.
다른 과일도 벌레 먹고 여하튼 나눠주면 뭐 이런 걸 주나 할까봐 주기도 조심스럽다.
. 예전엔 청도 담가보고 채소 남은 건 장아찌를 만들었는데... 냉장고에 몇 년 된 것들이 아직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조금만 담는다.
그러면서도 올해에도 고추가 아까워 소금물에 삭혀도 놨다.
그래도 감자는 택배로 친척들한테 보내고 우린 남은 걸 먹는다. 저온저장고에 보관해도 봄이 될 때쯤이면 싹이 난다.
양파도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
그래도 돈이 되는 건 고사리다
이사 온 첫 해에는 120kg 따서 삶아 말리니 12kg이다.
지인들에게 팔아서 1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올해에는 200kg 정도 땄나 보다.
130만 원 만들었다 나머진 다 나눠먹었다.
뜯는 것도 재미있으나 힘들고 불 때서 삶는 것도 재미있으나 힘들다.
그래서 그 돈은 너무 귀해서 아무렇게나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아주 귀한 곳에 쓴다.
내년 4월까지 꼭 병이 다 나아서 고사리를 딸 수 있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