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척수염 환자다 (4)

할머니 잠 좀 자자고요.

by 김춘영

뇌병동 간호 간병 통합병동.으로 이사 온 첫날밤 새벽 2시가 되도록 잠을 잘 수가 없다

침대에 누우면 커튼 망사 사이로 병실 야간등이 내 눈에 들어와 꽂힌다. 난 캄캄해야 잠이 오는데 눈을 감아도 캄캄하지 않다.

게다가 앞 침대 할머니는 밤이 되니 높은 소리로 또 낮은 소리로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데 처음에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줄 착각했다.

이어폰을 꽂고 있어도 계속 들린다..

참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

"할머니 잠 좀 주무세요. 할머니 잠 좀 자자고요"

그랬더니 간호사선생님과 조무사샘들이 할머니 베드를 끌고 나갔다. 아이코 나 때문인가.

그리고 다행히 잠이 들었는데 5시 되니 이 방은 모두 기상이다.

초저녁부터 잠을 자기 때문인지 모두들 아침잠이 없으신 건지....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하루 종일 몽롱한 상태로 지냈다.

슬그머니 할머니께 좀 더 참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 옆 침대 예쁜 동생에게 말했더니 언니가 말 안 해도 할머니는 매일 밤 관찰실로 갔다가 아침이면 돌아오신다 했다.

관찰실은 간호사실에 붙어 있어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는 방이다.

나는 그 뒤로도 10여 일 동안 밤마다 잠을 두세 시간밖에 못 자 낮에도 늘 몽롱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인지 유쾌하고 병원생활도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나는 장기휴가 받아 포항에 왔는데 때가 되면 알아서 밥 갖다주고 옷도 세탁해 주고 원할 때마다 침구도 바꿔준다. 공기는 쾌적하고 환경은 늘 깨끗하다. 했더니 "어머나 어딘데 나도 거기 가서 쉬고 싶다" 그런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 중에 신경계 통증을 진통시키는 약이 았어서 인지 크게 아픈 곳은 없으나 혈압이 들쑥날쑥한 건 20여 일 계속되었다. 척수가 협압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 척수염에 걸리고서 알게 되었다. 원래 고혈압 당뇨약을 먹고 있었지만 발병 전에는 약도 먹고 음식도 조심하고 운동도 해서 혈압 당뇨가 잘 조절되고 있었다.

그런데 발병 이후 꼼짝도 못 하고 있어서 인지 복숭아 한쪽만 먹어도 200 이상을 훌쩍 뛰고 어떨 땐 300이 넘어 배에다 인슐린을 맞기도 했다.

잠을 자려고 검은 안대를 집에서 가져다 달라해서

TV를 켜고 CBS 나 CTS를 틀면 밤에는 설교가 많이 나오는데 안대를 하고 리모컨을 귀에 대고 눈 감고 설교를 듣다 보면 잠이 든다.ㅎㅎㅎ

모든 설교가 다 그렇다는 건 어니다.

때론 귀가 더 기울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그런 설교도 있다.

잠과의 사투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는데 입원 20여 일이 지나고 나서야 좀 더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두 번 정도 잠에서 깨어 있다 다시 잠들고 하며 5시간 또는 6시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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