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 이제는 사람도 끊는다
손절, 이제는 사람도 끊는다
“걔가 자꾸 저 뒷담화하고, 꼽을 줘가지고 제가 손절하려고 하니까...
걔가 더 제 뒷담화를 해가주구... 그걸 또 다른 애가 말해줘서….”
뭔가 심각한 얼굴로 할 말이 있다고 하는 여학생들의 고민은 대부분 교우관계 문제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대부분은 앞서 말한 ‘꼽주다’의 상황처럼 대게 서로 간의 비방, 뒷담화 같은 충돌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꼭 말하는 것이 ‘손절’이다. 어느새인가 이 ‘손절’이라는 말이 인간관계의 정리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국어사전에서 ‘손절’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명사] 앞으로 주가(株價)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
이라는 본래의 의미 밖에 나와 있지 않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보면 ‘나몰래 뒷담화한 친구 손절해도 되나요?’,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친구 손절했습니다.’ 등 인간관계의 단절에도 ‘손절’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인간관계의 단절 외에도 감정이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결단을 의미하기도 하고, 가벼운 의미로 무언가를 그만둘 때도 사용한다.
이 ‘손절’이라고 하는 말이 사용되기 전에 ‘절교(絶交)’라는 말이 있었다. ‘절교’라는 말은 단어 그대로 서로의 교제를 끊어낸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절교’ 대신 ‘손절’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두 단어의 공통점은 둘 다 ‘끊다’라는 뜻의 한자인 절(切)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절교’가 교제의 단절을 말하며 말하는 당사자의 감정적 단절을 말한다면, ‘손절’은 ‘끊다’라는 한자 앞에 손해를 나타내는 ‘손(損)’이 더해져 손익을 따진다는 실용적인 결단의 의미가 강하다.
그리고 앞서 주식이나 암호 화폐 시장에서 사용되는 손절의 의미를 더해본다면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이때까지 그 사람과의 교제가 나에게는 ‘손해’를 주었고,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이 관계를 정리한다는 뜻이 된다.
이 손절이라고 하는 말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제 인간관계에 쏟는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 씀씀이까지 계산하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을 읽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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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55)
1. 관계적 손절 – 친구와의 단절
A: 나 요즘 민지랑 안 놀아.
B: 왜? 너네 둘이 엄청 친했잖아.
A: 걔가 계속 내 말 무시하고 뒷담화 거 알았어. 그냥 손절했어.
B: 헐… 완전 실망했겠다.
2. 감정적 손절 – 감정이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결단
A: 나 진짜 이번 중간고사 망한 거 같아.
B: 나도. 그냥 성적에 대한 기대 자체를 손절함ㅋㅋ
A: 그래. 다음 시험 때 다시 열심히 하자…
3. 유행어 손절 – 가볍게 ‘그만둔다’는 뜻으로 사용
A: 너 요즘 운동 계속 다녀?
B: 아니… 3일 가고 손절했어ㅋㅋ 근육통 때문에 못 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