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01 ㅣ 갓 구운 수건 - 빨래들의 합창은 귀여워
하루하루 옷들은 부지런히 빨래통으로 향한다. 그렇게 빨래통에 쌓인 옷들이 "이제 빨래해야 돼!"하고 외치는 날이 온다. 시험기간이 되고 나는 빨래통이 빨래를 토해내기 직전까지 빨래들의 합창 소리를 못 들은 척했다. 내 뒤통수에서 "빨래! 빨래!" 하고 외치는 합창을 뒤로하고 내 앞에 놓인 할 일들에 집중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오늘은 빨래의 날이었다! 어김없이 나는 캡슐 세제, 섬유유연제, 빨래통을 가지고 세탁방으로 향했다. 세탁방으로 향하는 내내 빨래들은 "빨래~ 빨리! 빨래~ 빨리!"하고 합창을 했고, 나는 속으로 "오늘이다~ 친구들아"하고 말해주며 웃음을 지었다.
기숙사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오늘은 비가 오니 사람들이 빨래를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기숙사에는 건조기가 있기 때문이다. 괴연 나를 위한 세탁기가 있을지 살짝 긴장하며 세탁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돌돌~ 돌아가는 세탁기와 건조기들 사이로 입을 활짝 벌리고 있는 세탁기가 2개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세탁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빨래들의 합창소리가 더욱 힘차게 울려 퍼졌다!
빨래를 돌리고 방으로 돌아와 쉬고 있으면 빨래가 다 되었다는 알람이 온다. 오늘은 순조롭게 세탁이 진행되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세탁방으로 향했다. 나를 기다리는 흰 빨래들이 들어가 있는 세탁기 문을 열었는데, 여전히 '빨래~ 빨리!' 합창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어랏...? 뭐지... 세탁기 속에 손을 짚어넣었는데 빨래 사이로 녹지 않은 세제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 물이 안 나오는 고장 난 세탁기였던 것이다. 세탁기도 시험 기간을 알았던 걸까..? 나처럼 고장 나버린 세탁기에게 이상한 동정심을 느껴버려 허허 웃어버렸다. "너는 좀 쉬고 있으렴" 나는 재빠르게 다른 세탁기에 흰 빨래들을 넣었다. "애들이 이번에는 진짜다!"
그리곤 여느 때처럼 친구와 하루에 있던 일들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검은 빨래들의 건조가 완료되었다는 알람이 울렸다. 통화를 하며 룰루랄라~ 세탁방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문제없이 잘 됐겠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건조기를 열어 손을 넣었다.
손에 잡힌 수건은 아주 따끈따끈했다. 마치 갓 구운 식빵 같았다. "갓 구운 수건이로구나~!" 건조기에서 나온 따끈따끈하게 갓 구워진 수건을 얼굴에 가져다 문대니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이제 세탁방을 생각하면 건조기 속에서 부지런히 돌돌돌~ 돌아가는 식빵이 떠오른다!
일기장 01 ㅣ2024.10.22 ㅣ김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