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다.
더워서 견디지 못하겠다고오오 메아리를 치는 사이 어느덧 여름 끝자락이 다가왔다.
나의 사랑 복숭아가 조금씩 가격이 오르는 것 보니 이제 가을을 맞이할 때가 왔다.
아침 산책을 하며 여름이 끝나기 전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본다.
파워워킹을 하다가 번뜩하고 떠오른다.
더운 날에 먹어야 더 맛있는 여름별미들을 많이 먹어두는 것.
내년 여름까지 아쉽지 않을 만큼 많이 먹어두면 1년을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콩국수를 안 먹었네!'
생각하지 않았으면 정말 아쉬울 뻔했다.
얼음 동동 띄어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콩국수는 뭐라 해도 역시 여름이 제일이다.
집에 서리태가 조금 남아있었지.
검은 콩국수를 해 먹어야겠다 다짐하며 집으로 간다.
콩은 오래 불릴수록 좋아서 반나절은 불려야 한다.
집에 오자마자 손만 씻고 바로 콩을 불린다.
'오늘 안에 못 먹으면 서운하니까 부지런히 해야지.'
저녁에 먹을 시원한 콩국수 생각에 점심도 커피와 과일요거트로 간단하게 먹었다.
그리고 파워청소!
일하고 먹는 식사는 언제나 꿀맛이다.
그리고 머리가 복잡할 땐 노동이 아주 최고다 최고.
팔을 걷어붙이고 천장과 벽청소를 한다.
아무래도 반려동물을 키우면 털이 많이 날리니 청소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이번주에 친구가 집에 놀러 온다고 하니 겸사겸사 대청소다.
노동엔 노동요를 빼놓을 수 없으니 노래를 튼다.
이제 혜자보다 칸예라고 불리는 칸예웨스트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시작해 본다.
(칸예웨스트는 유명한 미국 래퍼인데 며칠 전 한국내한 공연에서 제일 저렴한 좌석이 8만 원에 총 76곡을 라이브로 부르고 가서 젊은 친구들에게 가격에 비해 양이나 질이 만족스럽다는 뜻으로 쓰이는 혜자보다 더하다고 불리는 중이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주방세제가 등장한다.
주방세제를 살짝 푼 물에 걸레를 적셔 벽지에 묻은 오염을 지울 수 있다.
고양이가 벽이나 몰딩에 자주 비비고 다니기에 깨끗이 닦아본다.
벽은 그래도 괜찮은데 천장은 난이도가 상당하다.
계속 고개를 꺾고 하니 어깨에 담이 올 것 같다.
다 하고 나니 온몸에 땀이 뻘뻘이다.
씻으러 들어가기 전, 불려놓았던 콩을 삶는다.
덜 삶으면 비릿하고 많이 삶으면 메주향이 난다고 하는데 10분 내외로 삶으면 알맞은 것 같다.
씻고 나와 삶은 콩을 믹서기로 갈아준다.
이때, 물 대신 삶은 콩물을 쓰면 더 좋다.
곱게 갈아주고 맑은 콩물을 원하면 채에 받쳐 분리해 주면 되는데 나는 걸쭉한 콩국물을 좋아해서 패스!
완성된 콩물을 한 숟갈 떠서 먹어보는데.
'이거야 이거.'
간이 안된 담백한 콩국물, 슴슴한 시골의 맛이다.
바로 냉장고에 넣어주고 면을 삶는다.
중면을 사용하면 좋지만 나는 파스타면을 이용하기로 한다.
(파스타면은 듀럼밀이라 살이 들 찐다. 중요 별표다!)
중면처럼 도톰하면 더 맛있을 것 같아 링귀니면을 푹 삶는다.
그동안 오이와 토마토를 송송 준비하면 끝.
삶은 링귀니면을 차가운 물에 박박 씻어 그릇에 담고 그 위에 콩국물을 얹어준다.
얼음도 큰 놈으로 몇 개 스윽 넣어주면 여름별미 완성!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소금을 낭낭하게 넣어 한입 맛을 보니 여느 콩국수집 부럽지 않다.
한쪽에 선풍기를 켜놓고 핸드폰으로 추리드라마를 틀어놓고 져가는 해를 보며 콩국수를 들이켠다.
콩맛사이로 전해지는 짭조름한 소금의 맛도 좋고 파스타면도 꽤나 잘 어울려 아주 맛이 좋다.
계절은 계속 돌아오지만 그 계절을 진정으로 즐겼나를 물었을 때 대답을 하기 망설였다.
지금 내가 계절을 즐길 군번이냐는 생각으로 이 좋은 여름을 몇 해나 놓쳤다.
상황이 힘들고 생각이 힘들어도 즐겨야지.
큰돈을 쓰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즐기는 것이 아닌 그저 오늘 하루를 자알 보내는 것.
이렇게 계절을 아쉬워할 줄도 알고 또 다른 계절을 설레어 할 수도 있는 마음.
이게 인생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맛있는 콩국수를 먹을 수 있는 게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랴.
온몸이 검은콩으로 채워지는 기분이다.
몇 번 더 먹으면 내년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겠어.
다음에는 설탕을 듬뿍 넣어 도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