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났는데 오우, 꿈이 아주 선명하다.
'보통 꿈이 아니야.'
아침 감사명상을 하고 곰곰이 다시 떠올려본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이 기분.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또 곡소리가 난다.
'아구구구구야. 몸이 삐걱거린다 고양아.
손 좀 잡아줘 일으켜줘 봐.'
뙤약볕에 땀을 흘리며 오래 돌아다녀서인가.
물놀이한다고 이리저리 물속에서 휘젓고 다녀서 그런가.
몸이 떠걱떠걱거리는것 같다.
고양이는 아침잠에서 덜 깬 얼굴이라 반쯤 부었다.
동그란 눈이 지금은 반달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니 왠지 침대에서 나가기 싫어진다.
'오늘은 너와 함께 침대에 있을까?' 하며 다시 누워버린다.
고양이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오니 눈이 스르륵 감긴다.
오전을 그렇게 고양이와 침대에서 보내고 오후가 되어 드디어 일어나 본다.
근데 밖은 나갈 수 없다.
오늘도 아주 따사로운 날씨다.
어제 충분히 햇빛을 만끽했으므로 오늘은 조금 햇빛을 피해 보기로 한다.
시간이 흐르며 하늘은 점점 흐려진다.
'오 이 정도면 도전해 볼 만하겠는데?' 싶을 때 집을 나섰다.
멀리 있는 하늘은 파아란 구름들이 널려있는데 머리 위는 흐릿흐릿하다.
햇빛이 없으니 산책하기도 수월하다.
주말이니 시내도 요리조리 다녀본다.
이 조그마한 조용한 동네에서도 버스킹을 하나보다.
학생들이 많은 지역이라 아이들이 근처 바닥에 음료 하나씩 들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이 동네도 조금씩 떠들썩해지고 있구먼.'
나는 홀홀홀 거리며 지나쳐간다.
그러다가 지나가는데 '로또!' 간판이 보인다.
나는 갑자기 유혹에 사로잡혀버린다.
'이거 이거 오늘 꿈이 예삿꿈이 아니었는데 한번 구매해 봐? 도전해 부러?' 하다가,
'에이 난 이런 샛복(?)이 없던데. 오천 원도 당첨 잘 안되던데 뭐.' 이러다가,
'근데 꿈이 정말 좋았잖아. 해봐 해봐. 해봅시다.'
혼잣말을 하며 가게로 들어가 본다.
'로또 자동으로 주세요.'
팔랑팔랑 로또를 들고 나왔다.
이게 뭐라고 기분이 좋아 산책 내내 발걸음이 가볍다.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며 산책로를 걷는데 물이 한 방울 똑하고 떨어진다.
나는 바로 머리를 들어본다.
저번에 매미오줌을 맞고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면 근처 나무부터 확인한다.
근데 여기엔 나무가 한그루도 없는 곳이네.
비가 오기 시작하나 보다.
비는 더 무섭지! 갑자기 쏴아아 하고 내리면 다 젖는데!
로또 젖으면 어떡해.
(벌써 마음은 1등이 되어버렸다.)
구름모양과 빠르기를 보는데 애매하다.
많이 내릴 것 같지는 않은데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럴 땐 돌아가야지. 발을 돌린다.
서둘러 돌아가는데 비가 꽤 토독토독 내린다.
조금 기다렸다 갈까 하다가 후딱 가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발을 재촉해 본다.
근데 집 앞 횡단보도에 다다르자 비가 그친다.
'너도 차암. 아주 변덕스럽구나!'
빠르게 걸어서 땀이 또 나버렸다.
결국 하늘은 점점 더 시커멓게 흐려지고 밤이 되어서야 비가 한차례 내리고 끝이 났다.
확실히 이제 8시도 안 되어서 깜깜해지는 거 보니 여름의 끝자락이 맞는 것 같다.
8시 30분이 넘으니 마음이 콩닥콩닥하다.
로또추첨이 얼마 안 남았잖아!
이건 살 때마다 마음을 콩닥거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집에 티비를 두지 않아 시간이 지난 뒤에 경건한 마음으로 종이를 가져와 인터넷을 확인한다.
숫자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데 맞는 게 하나도 없다.
'크크큭 이렇게 잘 안 맞기도 힘들겠다.' 하며 웃었다.
그래도 몇 시간 동안 콩닥거리며 행복했으니 됐어.
이렇게 작은 종이를 살 때마다 기대를 하게 되다니 정말 너는 대단하다!
'그래 안되면 다음을 기약하며 또 기대하면 되고,
오천 원이 되면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하면 되고, 오만 원이 되면 감사하고 외식해야지! 우하하하.'
'그리고 그 이상이 되면? 끼야아 소리 질러-'
혼자 깔깔거렸다.
점점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나 홀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혼자는 외로운 거야.라고 배우며 자라왔는데.
요즘 혼자서도 즐거우니 다른 이와 함께하면 두배로 즐거워지는 경험을 한다.
행복하고 감사함이 가득한 매일이다.
근데 어쩌다 한번 구매해서일까, 로또 당첨은 5등도 정말 쉽지가 않다.
'로또.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숴.'
(다음에도 기대를 안고 또 구매해보가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