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성호우

by 김여생

오늘도 비가 극성이다.

해가 나길래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물에 빠진 생쥐가 될 뻔했다.

갑자기 우와아아아 하고 내리다가 또 금세 그쳐버는 비. 국지성호우다.

돌발적으로 일어나니 기상청도 참 난감할 것 같다.

우산도 없이 저벅저벅 걸어 나가는 낭만 가득한 아저씨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지만 빗줄기가 엄청 굵어 맞으면 아플 것 같아 난 포기.

이런 날은 집에서 대청소나 해야지며 들어왔다.

창문청소와 방충망청소가 제격이지 싶다.

물로 먼저 불려주지 않아도 비가 얼마나 세찼는지 온 창문이 다 촉촉이 젖어있다.

1차 불림은 패스다. 비에게 감사를.

유리창 청소엔 뭐니 뭐니 해도 주방세제가 1등이다.

이것만큼 뽀도독 깔끔해지는 게 없다.

기름기도 잡아주는 세제라 아주 집안 곳곳 만능으로 사용가능하다.

우리 집 창문은 큰 아파트의 대문짝만 한 창문이 아니어서 다행인 순간이다.

의자하나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다 닦아낼 수 있다.

청소할 때 아랫집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해야 하는데 요 며칠 전 아랫집이 이사 간 걸 알고 있어서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타이밍도 아주 굿굿이다.

바깥 유리창과 방충망을 끝내고 안을 닦는데 또 시작이다.

갑자기 쏴아아아 세찬 장맛비같이 쏟아진다.

'얘네 왜 이런다니. 고양아.'

비가 세차게 오면 창문 앞 난간에 비가 튕겨 안으로 다 들어오니 고양이는 싫다.

나와있다가 '에라잇.' 하듯 콧바람을 흥 하더니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는 창문을 닫고 안쪽 유리를 마저 닦고 있는데 또 금세 그쳐버린다.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가 될지도 모른다더니 세상에나 정말 훅 다가온 것 같아 이상하다.

청소를 다 마치고 집안도 한번 다 뒤집어 본다.

원래 느낌이 왔을 때 다 해버려야 하는 법이다.

다 꺼내놓고 보니 정말 물건을 많이 줄이긴 했다.

그리고 이제 더 재구매를 하지 않아도 될 물건들이 보인다.

당근으로 판매할 것들도 더러 보인다.

팔아서 우리 고양이 간식을 사줘야겠다! 하는데,

비닐을 찌끄렁 거리니 언제 왔는지 모를 고양이가 사악 자리를 잡고 자기 건가 하고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거 팔아서 맛난 간식 사줄게.'

이러니 '지금 줘라 집사.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

눈으로 사정없이 날 두들기고 있다.

눈빛에 못 이겨 간식을 주니 꼬리를 살랑거리며 가기 전 꼬리로 내 다리를 사악 훑고 가준다.

도도한 똥땡이 같으니라고.

요즘 제대로된 산책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비 덕분에 대청소도 하게 된 뿌듯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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