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by 김여생

산책을 좋아한다.

동네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 다들 데리고 나오는데,

나는 나를 산책시킨다.

누가 나를 데리고 나가주지 않으니 내가 나를 데리고 나가야지.

나가기 귀찮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고 출발한다.

하지만 산책을 하다 보면 아쉬울 때가 있다.

푸르른 산과 공원과 개천을 보면 집에 있는 나의 고양이가 떠오른다.

'우리 고양이도 정말 좋아할 텐데.'

'이거 킁킁거리고 싶을 텐데.' 하는 아쉬움.

꽃을 꺾을 수는 없으니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먼지를 훌훌 털어 집으로 가져가 본다.

고양이는 한번 스윽 냄새를 맡고는 획 하고 돌아선다.

(다 내 마음 같지 않은 거지. 깔끔쟁이라 냄새는 맡아도 몸에 묻는 건 아주 싫어라 한다.)

이런데 어떻게 길에서 살았나 몰라.

산책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다.

무미건조할 것 같지만 굉장히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오늘은 산책 도중 어떤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보았다.

아이 다리에 피가 철철 나길래 걱정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갑자기 뒤돌아선다.

피가 나서 아픈 걸까, 피를 나에게 보일까 걱정하는 걸까.

아이는 뒷걸음질로 걷기 시작한다.

나에게 피가 보이지 않게 가리면서 천천히.

(남이 보면 흠칫할 수 있으니 가리는 것 같은 그 몸짓 하나하나에 배려가 담겨있다.)

왠지 후자인 것 같아 모르는 척하고 나도 내 갈 길을 가본다.

하지만 지나치자 바로 뒤돌아본다. 혹시라도 아프거나 힘들어하면 도와주고 싶어서.

솔직히 '괜찮니? 집까지 데려다줄까?' 물어보고 싶었으나 아이는 나를 지나치자마자 혼자 씩씩하고 빠르게 걸어간다.

너의 그 예쁜 마음이 뒷모습에서도 전해진다.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너의 그 고사리 같은 소중한 다리에 상처가 남진 않을까 더 걱정된단다.' 하고.

자신이 다쳤는데도 타인을 생각하는 너는 분명 멋진 어른이 되겠구나.

나는 어렸을 때 너처럼 배려심 많은 아이였을까? 생각해 보며.

뒤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머리를 쓰담쓰담해본다.


역시 산책은 끝내준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