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가리고 살아갈 것인가 눈을 뜰 것인가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 세계의 '앤더슨'이 현실세계의 '네오'가 되기로 선택하는 장면이 있다. 현실세계로의 인도자 모피어스는 앤더슨에게 진실을 알고 싶으면 빨간 약을, 거짓에 머물러 살고 싶으면 파란 약을 선택하라고 한다.
"진실을 알고 싶나?"
"어떤 진실?"
"네가 노예라는 진실"
앤더슨은 빨간 약을 선택함으로써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선택받은 자인 네오가 되어 인류 구원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살아가면서 그냥 모른척하고 싶은 진실과 마주할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내가 사회나 조직의 한 부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가 그렇다. <매트릭스>에서 현실 세계의 인간이 거대한 AI 컴퓨팅을 위한 에너지원에 불과하듯, 나 역시 거대한 사회, 직장 시스템을 굴리기 위한 부품에 불과하다고 생각되는 때가 있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내가 망가지거나 파괴된다고 해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그런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눈을 찔끔 감아버리는 것이다. 파란 약을 먹고 달콤한 거짓의 세상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 그만둬버리기엔 아까운 딱 그만큼의 월급으로 부릴 수 있는 사치를 부려보며 내 인생도 나쁘지 않다고, '얼마나 풍요롭고 자유로운 인생인가'라며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파란 약을 먹으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빨간 약을 선택하기로 했다. 내 앞에 놓인 진실 앞에 눈 감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회사를 나왔고, 언제까지일지 모를 불확실성이라는 숲을 헤쳐 나가고 있다. 하지만 사실 후회하며 흔들리는 때가 많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냥 파란 약을 먹고 달콤한 거짓 속에서 최대한 오래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깨어있는 것과 달콤한 거짓 속에 잠들어 있는 것. 과연 전자가 더 나은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매일 불안과 싸우는 내 모습을 마주한다. 결국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허락된 만큼의 자유만 누리고 살 것인가, 결국 이 길의 끝에서 온전한 자유를 맞이할 것인가. 그래도 할 수 있는 최대한 가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