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쉬게 된 이유
"휴직을 하려고 합니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던 2020년 3월, 나는 돌연 회사에 휴직계를 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입장에서는 아주 의외였을 것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큰 트러블 없이 사람들과도 두루 잘 지내고, 맡은 업무도 아주 뛰어진 않지만 책임감 있게 잘 해내던 나였다. 위에서는 내년에는 나에게 작은 보직을 맡기려는 낌새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돌연 휴직을 선택했다.
사실 나로서도 의외의 선택이었다. 회사를 10여 년 다니며 몇 번 멘탈의 위기가 왔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퇴사도 아니고 휴직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제도상으로는 휴직이 보장되지만 아직 우리 회사에서는 휴직자가 복직한 후에는 평가에서 암묵적인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나는 작년 말부터 심각한 슬럼프를 겪어왔고 어느새 퇴사라는 카드를 쥐고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어느 동기의 부서 사람이 휴직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휴직이라는 대안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휴직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내 인생을 비정상이라 부정하고 있었다. 원래 나는 내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열심히 살았고, 그 덕에 스스로의 힘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나는 평범한 인생은 위대하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래서 그렇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별 탈 없이 고등학교까지 잘 마치고, 나름 공부도 했다. 대학 나와서 취업난을 뚫고 대기업에 공채로 합격했고 지금까지 10년을 일했다.
취업의 순간,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내 꿈에 거의 근접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하고 자식 낳고 키우며 정년까지 회사 다니고 은퇴하고.. 이렇게 인생이 순탄히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 평범함 속에 맞이하는 소소한 행복들을 누리며 살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제 나는 삼십 대 후반이 되었다. 지금껏 많은 사람을 만나고 몇 번의 연애를 했지만 결국 아직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주위 동료 지인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다. 나는 이제 어쩌면 평생 혼자 사는 인생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지금껏 내가 추구하던 인생과는 다른 것이었고, 지금까지 설정해 온 인생의 목표를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했다. 사실 회사 생활은 전혀 재미가 없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목적지가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시간을 팔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불쌍했다.
멈춰야 했다. 내 마음이 잠시 멈추라고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더 이상 스스로의 인생을 비정상이라 생각하며 살 수는 없었다. 원래 내 삶은 나의 자부심이었고, 부모님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두려웠다. 용기가 필요했다. 휴직은 퇴사의 절충안으로 선택되었다.
예정된 휴직 기간은 1년이다. 휴직이 끝나면 다시 복직하게 될지, 퇴사하고 새로운 인생으로의 여행을 시작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 1년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 이 글들은 삼십 대의 끝자락에서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늦은 사춘기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