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내리막길에서

갑작스러운 내리막에서 잘 내려가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by 이방인

지금은 새벽 3시 23분.

몸살 기운이 있어 낮에 실컷 잠을 잤더니 통 잠이 오지 않는다. 회사를 쉰 지 6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먹는 것도 신경 쓰고 피티도 받으며 자기 관리를 했으나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그다지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심적으로는 더 불안하고 우울한 날들이 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통 무슨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날들의 연속이다. 2020년.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개인적으로도 올해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고 긴 한 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남은 날들을 통틀어서도 가장 방황하는 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여태껏 묵묵히 걸어온 길이 내가 원하는 삶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했고, 결국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고 있지만 나는 내려갈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그렇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을 내려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부정했고, 다음에는 곧 다시 올라갈 것이라 위로했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모두 무너져 내린 채 추락하는 나를 그저 관망하고 있다.


끔찍하게 아프고, 사무치게 외롭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10월 하순을 향해가는 지금도 조금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어디까지 내려가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 내려감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행복인지 파멸 인지도 알 수 없다.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외로움, 자기 불신으로 점철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내려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잘 내려가는 방법이라는 건 뭘까. 인생이 갑작스럽게 내리막을 탈 때조차 잘 내려간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삶에서 아주 중요한 무엇인가가 분명히 결핍되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채워 넣을 방법도 도무지 모르겠을 때,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던 것이 아주 힘에 부치거나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하나씩 늘어갈 때, 사무치게 외로운 날 따뜻한 밥 한 끼 또는 차 한잔 함께 할 사람이 없는 시간들 앞에서. 이것을 받아들이고 이 또한 나의 인생이라 보듬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결국 5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가 다시 일어났다. 지금은 오전 10시.

창밖을 보니 맑고 청량한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다. 한숨 자고 일어나 미세먼지 개인 하늘을 보니 어제까지 나를 괴롭혔던 몸살 기운도 조금 가신 것 같다.


언제나처럼 명상을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긴 터널을 지나듯 묵묵히 버텨 내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삼십 대 후반, 인생을 '일단 멈춤'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