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약초와 약 소리

by 김용근

자연은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약초를 내고 사람은 사람의 기를 치유하는 약 소리를 냈다 그 이야기

무엇이 사람의 몸을 오래 견뎌내게 하는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묶고 온 힘을 다해 관리하는 것이 그 답일 것이다
몸이 받는 것은 음식과 약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음식과 약초에서 얻은 에너지로 만든 기운이다

먼 옛날 이후 쓰고 맛이 없는 것은 약이 되었고 달고 맛이 있은 것은 음식이 되었다
그것에서 낸 에너지는 들숨과 날숨의 동력이 되어 기운이 되게 했다
그래서 선조들은 호흡은 만병을 예방하고 다스리는 신약이라고 했다

오래전 지리산 구전 조사 때 만났던 할머니에게서 들은 그 이야기 한토막은 이렇다

"우리는 시집살이 세대여 하루에도 분하고 숨통 터지는 일이 열두 번도 더 생겨났다고 글먼 밥맛도 도망가부러 그것을 다 담고 살믄 금방 죽어부러 긍개로 날마다 풀어내야 뒤아 낮에는 밭매로 가서 호미로 땅장단에 신세타령을 내질르고 밤에는 부엌 아궁이에서 부지깽이로 아궁이 장단을 내면서 흥얼거리먼 숨통이 터져분당개로 아 그러면 밥맛이 다시 돌아와부러 그렇게 산 며느리들은 지금 할망구로 살고 있고 그렇치 못한 시집살이 며느리들은 화병으로 모다 기가 맥혀서 일찍 죽어불고 없어"

화가 나면 간에 독이 들고 밥맛이 없어지는 것은 오행의 목극토다
그 독기를 풀어내는 것에는 약과 호흡이 있다
약이 되는 호흡은 소리와 함께하는 노래에 많다

논밭에서 부엌에서 산에서 들에서 살아가며 내는 타령 노래는 몸에 막힌 기를 뚫고 흐르게 하는 약이었다

분통 터지는 일에 화 풀어내는 노래 한 자락이 약 열 첩보다 낫다는 말은 선조들의 기다스름 법이고 판소리는 그 활용의 정점이다

판소리 속에는 단소리, 신소리, 쓴소리, 매운 소리, 짠소리가 들었다

지리산에 살던 소리꾼들에게 전해오던 단소리, 신소리, 쓴소리, 매운 소리, 짠소리의 실체는 이렇다

소리꾼들은 단맛을 좋아하는 위장은 엇모리장단에 춤을 추고, 간은 신맛을 가져 자진모리장단을 좋아하며, 쓴맛을 쫓아다니는 심장은 중중모리 장단에 흥이 나고, 폐는 중모리 장단으로 매운맛을 다스리며, 그리고 신장은 진양조장단에 짠맛을 덜어 낸다고 했다.

그 판소리 장단을 소리꾼들은 단소리, 신소리, 쓴소리, 매운 소리, 짠소리라고 불렀던 것이다.

흥부가에 나오는 가난 타령은 느리게 부르는 진양조장단이다. 소리꾼들은 그 대목을 짠소리 가난 타령이라고 불렀다. 가난 타령을 듣노라면 신장과 방광이 기운을 차린다고 했다.

춘향가에 나오는 쑥대머리 대목은 중모리 장단으로 부른다. 소리꾼들은 그 대목을 매운 소리 장단이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면 폐와 대장이 기운을 차린다고 했던 것이다.

명창이란 그 소리의 기운을 타고 오르내리는 신출귀몰한 기 다스름꾼을 말함이다
소리꾼이 잔병치례 적고 오래 살았던 것은 소리에 호흡을 붙인 기 다스름 놀이를 생활로 가졌기 때문이리라

치유, 건강, 자기 존재 그 소비체의 문화 발굴은 신 관광자원이다 소리청은 그것의 보물창고다 그것은 옛날 고을 백성들의 자랑거리였다

객지 생활 하는 향우들이 고향 자랑에 머뭇거리는 것은 고향이 쇠락하고 있다는 징후다

고향의 이름값 나잇값에 무식한 용감의 갑질은 고을 쇠락의 촉매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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