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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근 May 22. 2021

문화대간 기행

농사철 치매 나무와 애기 나무 이야기

문화대간 기행

농사철 치매 나무와 애기 나무 이야기

농촌에 고양이 손도 필요하다는 때가 돌아왔다
크고 작은 일은 제때 씨 뿌리는 것이고 그중 가장 큰 일은 모내기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동이 틀 무렵 울어대던 새벽닭도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에 깨어 울어대는 시절이다

이 무렵 농사에 가장 큰 문제는 두 개의 걱정거리였다
그것은 치매부모와 젖떼기 아기를 보살펴야 하는 것이었다
논밭에 몸을 들여야 할 때 농사 손발을 붙잡아 매는 것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치매 앓는 부모와 업고 키워야 할 애기였다

그래서 치매 나무 애기 나무가 생겨났다
집을 자주 나가 길을 잃어버리신 치매부모를 농사철에 안전하게 모시는 방법은 집 마당 그늘진 곳 감나무 밑에 평상을 놓고 그 감나무와 치매 부모의 허리를 묶어 두는 것이었다

업고 다녀야 했던 애기는 논 옆 나무 아래에 포대기를 깔고 애기 허리와 나무에 명주 띠를 묶어 제때 농사를 지어 내는 것이었다

치매 나무와 애기 나무는 그렇게 생겨 났고 조상들은 설날과 추석에 그 나무 아래에 감사의 고사상을 올렸다

치매 나무 아래 치매 부모는 고양이와 함께 놀게 하고 애기 나무 아래 애기는 강아지와 같이 놀게 하며 농사의 때를 지켜냈다
그래서 선조들의 농사철에는 고양이 손 강아지 발도 필요했다

농촌은 그런 일 모두를 합하여 농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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