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화장실 지리산 작은 산골 어르신들이 버스에 몸을 싣고 삼십 여분을 달려 시내 코로나19 접종센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안내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순서대로 접종실에 들어가셨다 이십 여분이 지나자 접종실에서 한 두 분 씩 나오시기 시작했다 접종을 마치신 어르신들은 이상 증상 관찰을 위해 30분용 대기실에서 기다리기 시작하셨다 십 여분도 안지나 여기저기에서 일어섰다 앉았다하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하신다 우리면 담당 간호사께서 다가갔다 “할머니,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대답 대신 체육관 출입문 밖으로 고개를 돌리신다 눈치 빠른 간호사는 박수를 두 번치고는 “자 여기를 보세요 화장실 가실 분들은 줄을 서서 저를 따라오세요” 대여섯 분의 어르신들이 공중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이봐 웃골 댁! 여자들은 어디 문으로 가야 헌당가” “아~ 긍개로 말이어 남자 여자 화장실이 어떤 것이라고 씨어 있을 것인디 안 보이네 이~” 또 눈치 빠른 간호사 왈 “할머니들은 이쪽이고요 할아버지들은 저쪽이에요” 나도 어르신들처럼 불편했다 작은 그림 밑에 영어로 표시해 놓은 화장실 남녀 구분, 이리저리 살펴서 찾아야 하고 또 그림과 영어를 해석해야 하는 어르신들은 눈에 익숙하지 않으니 급할 때는 더욱 어렵다 “조선말로 큼직허게 써놓던가 아니먼 남자 여자를 문에다 그려 놓던가 아 글먼 안 좋아” 세 번째로 빠른 눈치를 감지한 간호사 왈 “자 인자 다시 대기실로 가시게 절 따라오세요 그리고 옆에 어르신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시면 할머니 쪽 할아버지 쪽 화장실을 알려 주세요” 그래서 일을 냈다 우리 사무실 화장실 출입 유리문에 남자 여자 안내원을 붙여 배치했다 흥부고장이니 흥부 부부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점심 무렵 할머니가 직불제를 신청하신다고 사무실에 들러 일을 마치시고는 화장실을 갔다가 나가시면서 혼잣 말을 하셨다
“거참 이상허네 코로나 주사 맞으러 가서 했던 말을 귀신이 듣고 여그다 알려 줬능갑네 전에는 화장실 문에 사람이 안 붙어 있었는디 아까 봉개로 붙어 부렀네. 인자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됭개로 참 좋네” 낮말은 새보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먼저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