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비무장지대 농촌문화

백일(百日) 문화의 속살

by 김용근

농촌은 마을에 있다
마을은 가가호호 소행성들의 우주다
마을 문화는 그 소행성들의 자전과 공전의 에너지이고 질서다

조상들은 딸이 시집간 백일이 되는 날 친정부모가 딸에게 보내는 선물이 있었다
다듬이었다
이처럼 마을에는 백일 문화가 있었다

우리들에게 백일이라는 시, 공간이 가지는 문화의 각인은 크다.
오래된 생활 중에는 자식을 점지해 달라는 백일기도가 있었고, 아이가 백일이 되면 잔치를 했다. 이처럼 우리들의 생활 깊숙한 곳에는, 백일에 의미를 대는 문화가 존재한다.

우리 조상들의 백일 문화는, 염원의 실체다
바닷가에 고기를 잡으러 나간 어부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면, 적어도 백일은 넘겨야 재가를 해야 했다. 그리고 신랑이 죽어 과부가 된 사람도 백일은 지나야 재가를 했다.

왜 백일일까?
백일이라는 개념은, 우리 몸속에 흐르는 피가 기억하고 있는 시간적 개념이었다.
우리 몸속에서는, 매일매일 피가 죽고 또 새로운 피가 생겨나는데, 새로 생긴 피는 백일을 산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우리 몸속의 피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데에는, 백일이 소요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남편을 잃은 여자는, 전 남편에 대한 기억을 가진 피가 적어도 백일이 지나야 자취를 감추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가를 위해 깨끗한 몸과 마음을 가지려면, 백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자식을 가지지 못한 부인이 백일 동안 기도를 하면, 몸속에서 피가 기억하던 종전의 무자식 기억을 잊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여 자식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왔다.

아이가 태어나 백일이 되는 날은, 어머니 뱃속에서 생겼던 피가 모두 소진되고, 새로운 세상의 피가 생겨난 날이 되어,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마친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백일 날 잔치를 했다.
이처럼 백일의 문화는 우리들의 생활이었다.

어머니들의 수행 놀이는 인고침(忍苦砧)이다
딸이 시집간 백일이 되면 친정부모가 딸의 시댁에 보내는 선물이 빨래 다듬이다
그때가 친정의 유전자는 소멸되고 새로운 시댁 유전자가 몸에 완성되는 시기이다

그 징표의 선물이 다듬이이고 그것은 평생의 수행 놀이 인고침으로 매사를 백번 참고 백번 생각하여 행동하라는 친정부모의 메시지였다

며느리의 겸손하고 조용한 분노는 다듬이에 들고 시어머니는 그 소리의 감지로 자신이 모르고 지냈던 집안의 어지러움을 추스른다

고부간에 두드리는 다듬이 소리는 그 집안 화목의 척도다라는 속담은 다듬이 소리에 고부간의 마음이 실리기 때문이다.
화가 나거나 마음이 불편하면 다듬이 소리가 부드럽지 못하고 “패가망신 패가망신”하는 두 박자가 되고, 마음이 편하고 좋으면 다듬이 소리가 “생기복덕 생기복덕” 하는 네박자 맥 놀음 파장을 내게 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다듬이 소리를, 그리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다듬이 소리를 듣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갈등을 사전에 해소한다.
빨래 다듬이가 내는 소리가 화풀이인지, 가족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소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은, 정답 살이가 든 유토피아 설계의 완성품이다
귀농 귀촌은 그곳에 착한 영혼을 들이는 일이다

20201003_08024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귀농귀촌 완충지대 농촌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