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비무장지대 농촌문화

농촌은 지혜로 사는 곳 무우 이야기

by 김용근

백성들의 겨우살이 준비가 한창이던 이맘때쯤 작은 고을에 원님이 부임했다

며칠 후 한 노인이 원님을 찾아왔다
그 노인은 망태기에 넣어 들고 온 무 하나를 놓고는 아무 말없이 떠났다

관속들은 원님에게 말하기를 저 노인은 김장용 무를 지원해달라고 온 정신이상자가 틀림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님은 노인이 들고 온 무를 잘라 보았다
껍질이 두꺼웠다
가을에 무껍질이 두꺼워지면 그해 겨울은 반드시 매서운 추위가 왔었다는 자신의 경험적 지혜를 원님에게 전해 주려는 것이었다

가을에 무껍질이 두꺼워진다는 것은 무가 추운 겨울 동해를 견디기 위해 본능적으로 옷을 많이 입은 것이었다
그러니 올해 추운 겨울을 백성들이 잘 날 수 있도록 땔감 벌목량을 늘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관료들은 관행만 우기며 그 노인의 말을 묵살했었으리라

원님은 가정마다 사람 수에 비례해서 장작 벌채 허가량을 늘려주었다
그해 겨울은 살인적이었고 다른 고을은 많은 사람들이 추위로 고생하거나 동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고을 백성들은 무사하게 겨울을 났고 그 노인의 지혜를 원님이 활용한 덕택이었다

다음 해 새로 부임한 고을 사또는 그 사연을 듣고 바위에 무와 노인의 이야기를 적은 시를 새겼다
이후로는 지리산에서 추위로 죽는 사람이 없어졌다

우매한 관리는 관행만을 내뱉다가 사람을 죽이고, 자연의 지혜를 가진 노인은 무로 사람을 살렸다

지역의 활로는 주민들이 가진 지혜에 많다
정치인은 그것을 찾아내서 짜집는 설계자이고 행정은 그것을 지어 내는 목수다
무지한 그 둘의 합체 결과는 백성들의 고통이다

농촌은 자연의 지혜로 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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