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의 뿌리는 가가호호다
집집마다 씨족 정착 신화를 품고 사는 자존감은 마을 공동체의 주춧돌이다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인 가가호호 작은 우주별의 이름은 택호다
그래서 마을의 집들을 소우주라고 한다
나의 어머니 택호는 솔치 댁이다
솔치라는 마을에서 시집을 왔기에 그런 택호를 가졌다
아버지는 당연히 솔치양반으로 불리셨다
어머니나 아버지 모두 자신의 이름은 나라에 두고 새로운 이름은 마을에서 얻었다
나라는 호적판에 이름을 받고 마을은 택호를 내준 것이다
마을공동체는 가정마다의 정체성이 내는 색깔을 합하여 터를 낸 사람살이 집합체다
마을 구성원의 정체성은 택호에 있고 택호는 구성원의 자존감이다
마을은 가장 안정된 소우주의 집합체이고 그 실체는 어머니들의 택호였다
세상의 기운은 개체를 낸다 그래서 꽃, 동물, 물고기, 벌레, 사람 할 것 없이 하나의 소우주가 된다 그것이 모여서 집합을 이루면 집단이 되고, 그 질서 속에 존재한 개체는 작은 우주로 존재한다, 그래서 마을은 가장 안정된 소우주의 집합체다
그 소우주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우리 선조들은 그러한 문화의 경계로 택호를 사용하였다
처녀가 결혼을 하여 시집을 오면 고향 이름을 따서 00 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러한 택호를 얻기까지는 시댁의 유전자에 몸이 점령당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친정의 성장 유전자와 시댁의 생활 유전자가 융합되는 그때가 택호를 받는 날이다
그 날은 자신이 만든 음식이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날이다
마을의 집집마다는 시어머니의 택호로 집안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 집 음식은 며느리의 손맛으로 넘어간다 그 음식을 먹어본 마을 사람들이 시어머니 음식 맛과 같다거나 집안의 맛이 이어졌다고 했을 때 비로소 그 며느리의 택호를 불러준다 그렇게 되고서야 소우주로의 집안 정체성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그 집안이 덧음을 얻었다고 한다. 즉 그 집 며느리가 집안의 음식을 얻었다는 말이다.
소리꾼이 명창이 된 것이 득음이듯 자기 집안의 음식을 얻었다는 덧음 후에야 택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명창이 소리를 얻은 것을 득음이라고 한다 그러하듯 시집살이하던 며느리가 집안의 음식을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을 덧음이라고 했다
소리꾼을 득음 후에 명창이라고 부르듯 며느리가 집안의 음식을 얻은 후에야 00 댁이라는 택호를 얻게 되고 남편의 부름도 ㅇㅇ양반으로 가족의 중심은 택호로 자리한다
솔치댁과 솔치양반 솔치댁아들 솔치댁네 논 솔치댁네 모내기처럼 말이다 그러한 수많은 세월 속에 집안의 기운이 몸에 완전히 들어 소우주로의 탄생이 되는 것이다
마을 부녀자들의 택호 속에는 집안의 정체성과 마을을 지켜내는 유전자가 있다
명창과 택호는 동급의 소우주로의 존재다.
마을은 가장 안정된 우주공간이고 우리는 그곳이 고향이다
사라지는 마을을 지켜내야 하는 이유다
그 속에 든 구성원은 누구라도 존귀하다
그 구성원의 자존감이 공동체의 에너지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택호 문패가 달릴 때 공동체 일원이다
귀농 귀촌은 마을 공동체에 자신의 택호가 들여질 때 이웃이다
평생 동안 택호를 얻지 못하고 살다 간 집들도 많다
공동체 일원인 우주로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체벌이었다
불효자, 싹수없는 자 등은 택호 없이 놈이었다
"아래뜸 김가 놈이 오늘도 웃논 물을 몰래 빼갓고 싸움이 났당개로" 그려 "어즈께는 웃골 목 최 싸가지 놈이 골목에다 돼지똥을 흘려놓고 안 치워서 반장 허고 적반하장이로 멱살 잡고 싸움질이 났당개로"처럼 말이다
"서울서 온 웃 동산 별장 놈이 농로길이 지땅이라고 아~ 글씨 돌로 막아 부럿대 지가 키운 개가 동네 사람들 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이장이랑 사람들이 개좀 묶어두라고 했더니 즈그 개는 훈련이 잘되야갔고 절대로 그러지 않는담서 즈그 개를 무시했다고 말이어 지가 서울서 높은 자리에 있었다냐 뭣이다냐 험서 말이여 그런 싸가지 없는 놈이 귀농자래"
마을 사람들에게 택호를 인정받지 못해 창피하다며 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마을의 외딴집에 정착했다
노인들은 주는 떡이나 받아먹는 사람이 아니라 마을 우주별의 주인이다
우주 장력을 가지지 못한 유랑 별은 자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