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비무장 완충지대 농촌문화
만석꾼의 농사 민심 파악 허수아비 순찰 법
농촌의 만석꾼은 자신의 집안이 망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허수아비에 들어있다
농촌에는 대물림된 재력가들이 살았다 그 집안의 부를 지켜주는 것은 소작농들이었다
자신의 땅을 매년 소작농들에게 빌려주고받은 곡식이 백석에서 천석꾼을 넘고 만석꾼으로 재산을 불려준 것이다
만석꾼은 소작농과 한 몸 공동체였기에 소작농의 대소사에는 아낌없는 마음을 내었다
잔칫날 예능인도 불러주고 조세 형편도 보살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만석꾼의 정체성에 상반되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작농과 만석꾼의 관계를 동반자에서 갑을로 칸막이를 해내는 자는 만석꾼의 토지관리인이었고 사람들은 그 자를 논을 감시한다고 해서 논감생원이라고 불렀다
만석꾼의 논감생원들은 지금의 면단위 규모의 작은 터전인 방마다 한 명씩이 임명되어 있었다
저승사자보다 무섭다는 그 논감생원들의 소작농들에 대한 횡포는 만석꾼의 민심 이탈로 이어졌고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만석꾼의 기둥은 기울기 시작했다
만석꾼의 사람인 줄로 알았던 토지 관리인 논감생원들은 매년 해야 하는 소작 계약을 무기로 씨암탉에서부터 가을 소작료의 일부를 상납받기까지 했다
소작농들은 너나없이 억울한 마음을 논에 표시했다
가을에 논마다 허수아비를 세우고 만석꾼이 즐겨 입은 옷을 흉내 내어 만들어 입혔다
풍작 상황을 점검하러 논을 순찰하던 만석꾼은 그 광경을 보고 민의를 수렴했고 자신을 허수아비로 만들어온 논감생원들을 체벌했다
흉년에는 일을 더 잘하고, 영혼 없다고 욕먹는 놈 없고, 가을에는 농사꾼 열 몫보다 낫다는 허수아비는 존재로 선행이다
허수아비는 영혼 있는 농사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