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죽어가는 나무의 영혼을 다른 나무에 옮겨주는 영이목 이야기

by 김용근

농촌과 마을은 세상을 잇는 징검다리다
고향이 거기에서 나왔고 조상들에게 상속받은 우리들의 영혼이 그 속에서 나왔으니 그렇다
그것의 이음 줄은 생명존중이다

그 실체 중 영이목靈移木의 이야기는 이렇다
영이목 ㅡ 죽어가는 나무의 영혼을 다른 나무에 옮겨주는 일이다
조상들이 일상에 들인 사람살이 공동체의 씨앗인 생명의 가치가 그 속에 있다

이십팔 년 전 이맘때 나는 지리산 구전자원을 조사하기 위해 하동 깊은 산골에 사시는 할머니 집을 방문했다

내가 찾아가던 그날은 작은 태풍이 지리산을 훌치고 지나간 뒤였다
할머니네 장독대 옆 감나무는 쓰러져 있었고 이웃집 아저씨들이 치워낼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 감나무에 명주실을 묶고 열 걸음도 더 떨어져 보이는 작은 은행나무까지 줄을 이어 매었다
그리고는 명태와 막걸리와 홍고추와 솔가지와 모래를 담은 상을 차려놓고 제를 올리셨다

태풍으로 불의에 명을 다한 고목 감나무의 영혼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은행나무에 옮겨 주어 생을 이어 주려는 것이었다

"나무 한 그루를 베드라도 그 나무와 옆 나무를 줄로 이어 영혼을 옮겨주고 베어라"그렇게 말씀하시던 농촌과 마을에든 생명존중의 실체는 나의 구전자원 조사 일기에 들어 있다

할머니의 마음은 지리산 사람들의 생태적 유전자였다
우리는 그러한 영혼의 후손들이다

두 주먹에 들이려는 비정상의 권력, 돈, 잘난 체면의 절대적 가치 그것의 영혼은 외계형 바이러스다

농촌과 마을은 숨 쉬는 공동체의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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