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김용근
소금 한 주먹에 조선의 가을을 다 먹는다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다
코딱지가 아물던 열 살 되던 그 해 가을이 통통해 가던 무렵 할머니의 그 말은 서리를 맞으며 어디론가로 떠났다
소금 한주먹과 조선의 가을을 들고 대 장정의 길에 나섰던 할머니의 그 말이 사십 년이 지난 오늘 내 귀에 도착했다
완주를 한 셈이다
여름을 익혀서 가을에게 덤비는 놈 미꾸리는 뜨겁다.
논에서 잡혀 와서는 할머니 주먹 소금을 맞고 기절을 한다
할아버지가 달궈 논 가마솥에 들 차례다
행색이 초라해질 찰라 이번에는 돌확에 몸을 부려야 한다
그놈에게 대적할 놈은 시래기다
뜨건 놈과 찬 놈이 뚝배기 링에서 벌인 싸움의 해결사는 고춧가루다
그 속에 가을은 들고 뚝배기는 조선을 담는다
그렇게 소금 한 주먹을 맞고서 다운된 놈들이 가져온 것은 조선의 가을이었다
할머니는 나에게 조선의 가을을 팔았고 그 외상값은 사십 년 후 오늘 이자 없이 갚아졌다.
오늘에서야 할머니께서 말씀해 준 소금 한주먹에 든 조선의 가을 맛을 알았으니 그렇다
추어탕 한 뚝배기 앞에 놓고 나보다 먼저 눈꼬리 올리는 흑수저를 보고 한마디 해야겠다
나는 이제 빚쟁이에서 해방이다 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