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1972년 5월 11일의 기록

by 김용근

내가 12살 되던 남원 중앙 국민학교 5학년 때다
온 나라는 새마을운동으로 새벽종을 울리고 마을은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어냈다

5천 년의 묵은 때를 벗기자며 초가지붕을 스레트로 바꾸고 있었다
지게를 쉬게 하고 리어카와 경운기를 골목에 들이자며 끝순이네 구부렁 골목길도 반듯하게 개량하여 허리를 펴게 했다

마을은 나라와 운명공동체라며 주민을 회관으로 모아놓고 태극기 보관함 전달식을 마을 창건이래 최고의 행사로 치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축하의 장을 열고 풍물을 치며 부녀회에서 내온 부침개와 안주와 떡으로 잔치를 벌였다

그날 나도 삭가리탄 어머니들의 달달 막걸리를 마시고 고무신에 물을 담아 뜨거워진 머리에 물을 붓는 술주정을 했다

"나도 커서 오늘처럼 우리 동네잔치해 드리는 곳에서 살고 있을까?"
그때 궁금했던 것의 답이 내 앞에 있다
젊던 이웃사촌 공동체는 이제 노인 공동체로 말이다

그날 내가 취해 부른 "우리 힘으로 가꾸세"는 이제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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