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간 기행

지리산 집돼지 문화유전자의 종말을 고함

by 김용근

2019년 9월 11일을 기억하다

이날은 지리산에 살던 수천 년의 문화유전자 하나가 사라지던 날이었다 지리산 집돼지 문화가 종말을 고했기 때문이었다

그날 나의 구전자원 일지에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오늘 지리산의 한 조각이 무너졌다
지리산에 사람이 든 때부터 같이 살아온 가족 살이형 흑돼지가 종말을 고했다
돼지 열병 이후 한 집 남은 할아버지네 지리산 똥돼지의 무사를 염원했던 기도가 무너진 것이다

오늘 아침 사무실 축산담당의 행동이 분주해졌다 일상적인 사안이 생겼으리라 생각하고 밖을 보니 전투복 차림이다 한 집 남은 지리산 흑돼지를 열병으로부터 예방적 강제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예방의 대안을 실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독립투사보다 더 큰 희생으로 돼지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을 내어 놓은 지리산 할아버지네 똥돼지는 그렇게 처분되었다
열병보다 더 무서운 인간 방역망에 걸려 지리산 똥돼지의 역사가 막을 내린 것이다

돼지 열병은 무서운 귀신이다 찾아오면 저승 따라가지 않을 돼지 없다 온 나라가 그 귀신하고 전면전이다 아직 전선에 대치중이나 쌍방의 전투력은 비슷하다

수천 년을 지리산 사람들의 반려 가족으로 살아온 지리산 똥돼지는 열병 전선과는 아주 먼 곳에 있다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네 반려 가족으로 연명해 오던 하나 남은 똥돼지는 가족형 똥돼지 종족 멸종의 보루였다

그 지리산의 문화 한 조각이 오늘 운명의 날을 맞은 것이다 어미 한 마리에 딸린 새끼 열한 마리가 열병의 정차역과 함께 소각장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2019년 10월 11일 지리산 집돼지 종말의 날 그렇게 적어놓고 크게 울어 주었다
한 세계가 사라진 것에 대한 것치고는 조촐하다
지리산 집돼지 ㅡ 조상은 문화, 우리는 고기 ㅡ 그 속에 내가 있다
지리산이 작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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