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Nov 13. 2016

김광석과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의 노래가 좋은 이유 ... 예술, 순결, 방황

#4. 김광석과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햇살이 눈부신 곳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중에서     


故 김광석이, 김광석의 노래들이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노래들이 수많은 음반산업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광석의 삶이 재조명되고 평전으로 기록되며, 후배 가수들이 존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수 지망생들에 의해 그의 노래가 다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삶이 다큐멘터리로 재구성되고, 그를 헌정(tribute) 하는 음반이 제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모든 질문은 다시 “왜 김광석의 노래들이 좋은가?”로 귀결된다.     


김광석의 노래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영화 <JSA>의 한 대사 “광석이래 왜 그렇게 일찍 갔다니? 야,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우”로 

김광석은 각인되고 있다.        



김광석의 노래가 좋은 이유     


김광석 노래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예술적 감각과 순결한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시대에 대한 고민과 참여 속에서 방황하고 결국엔 요절함으로써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김광석만의 아우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특히 그의 노래는 영화면 영화, 뮤지컬이면 뮤지컬, 드라마면 드라마, 심지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도 잘 어울리고 흡수된다. 다른 예술과의 접목과 융합에선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 정서가 승화되는 지점에 가장 단순한 그의 목소리가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석과 김광석의 노래들은 복잡한 수사나 화려한 기교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좋은 이유이다.      


김광석이 소극장 공연으로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했다면, 이제는 김광석에 대한 향수가 하나의 이야기로 꾸려진다. 바로 뮤지컬을 통해서다. 뮤지컬과 김광석은 잘 어울린다. 노래가 있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들의 몸짓과 손짓 그리고 노래로 만끽하는 뮤지컬이야말로 김광석과 딱 맞는다. 아쉬운 건 딱 하나, 노래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지만 옛 시절을 다시 살아갈 순 없다는 점이다.      


김광석뮤지컬로 부활하다     


2013년부터 김광석 뮤지컬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대형기획사와 유명 연출가 그리고 배우들이 총출연하는 뮤지컬이 관객들을 동원했다. 연예 프로그램에선 배우들이 나와 김광석을 소회하고 관객몰이에 나섰다.  

 

그런데 소극장과 입소문, 어쿠스틱 감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지컬이 있다. 바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하 ’바람‘)’이다. 뮤지컬 ‘바람’은 지난 5년 동안 전국을 돌며 총 395회 공연을 펼쳤다. 누적 관객은 9만 명이나 된다. 김광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몰라선 안 될 귀중한 공연이다. 2016년엔 뮤지컬 ‘바람’이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우리들과 만난다.      


뮤지컬 ‘바람’은 가장 ‘김광석’다운 단 하나의 뮤지컬로 손꼽힌다. 필자는 2012년 뮤지컬 ‘바람’의 초연을 대구에서 만난 후, 계속해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데 정말 감동적이고 추억에 젖게 한다. 배우들의 노래는 마치 김광석이 살아난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할 정도였다. 2016년 공연에선 새로운 주인공 이풍세를 만날 수 있다. 두 주인공은 바로 ‘김소년’과 ‘박형규’이다. 둘 다 뮤지컬과 음악에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인다.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대학로에서 만나다     


뮤지컬을 기획한 LP STORY의 이금구 대표는 필자와 인터뷰에서 공연의 특징에 대해 “대구에서 처음 시작할 때처럼 김광석이 부른 노래의 원곡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김광석이 가장 행복해 햇던 소극장 콘서트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배우들과 관객들이 하나가 되는 풍경을 만들고자 했다. 2016년 공연은 좀 더 재기 발랄, 상큼해졌다고 한다.      


5년 동안 공연을 이어오기가 쉽진 않았을 것이다. 특히 다른 김광석 뮤지컬들과 본의 아니게 비교가 될 터이다. 그럼에도 5년 동안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이 대표는 “제가 공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며 “물론 다른 작품을 기획할 수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뮤지컬 ‘바람’을 유지하고 안정을 시키는 것이 제가 공연계에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나름대로 대학로 공연계와 관객들에게 인정을 받은 공연이지만 매년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소극장 공연, 아이돌 가수가 없다는 점 등이 투자 받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꾸준히 공연을 이어오는 데는 관객들과 김광석 노래의 마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금구 대표는 “매년 공연을 올릴 때마다 공연을 찾아주신 관객들이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저희 공연을 보고 행복해 하시는 관객들, 그리고 관람후기나 저에게, 배우들에게 좋은 공연을 올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는 관객들 때문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공연을 이어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한번 경험하면 잊을 수 없는 김광석의 소극장 콘서트와 그의 노래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구현을 해서 그 맥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간과 기억을 선물하고픈 마음도 더해졌다.      


공연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이금구 대표는 “관객들에게 어떤 말보다도 뮤지컬 ‘바람’ 공연이 펼쳐지는 작은 소극장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면서 “작은 소극장을 벗어나 자신들의 일상, 광장에서도 스스로 많은 행복을 찾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뮤지컬 바람’ 노래의 꿈을 위로하다     


필자가 뮤지컬 ‘바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노래에 대한 꿈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을 수 있어서이다. 대학 시절, 내 작은 옥탑방에서 작은 노래 모임 ‘불행아’를 만들어 몇 달 동안 노래 부르고 연주했던 적이 있다. 때론 모임 이름을 괜히 ‘불행아’로 한 건 아닌가 반성해본다. :)지금 돌이켜보니 작고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매우 소중한 추억이다.      


이때 김광석 노래는 단골이어서 노래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김광석 노래 테이프가 닳고 닳아 다 외울 정도로 노래를 듣고 불렀다. 마치 김광석이 우리 옆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우리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꿈들을 노래에 흘려보냈다. 세월도 함께 흘렀다. 허영만의 『고독한 기타맨』은 가장 멋진 연주란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주 나중에야 노래도 결국 본인을 위해 부른다는 걸 알게 됐다. 김광석 역시 그랬을 것이다.      


김광석은 매번 뮤지컬 ‘바람’으로 환생한다. 다시 태어난 그의 노래들을 공연장에서 직접 들어보자.    


  


가객 김광석뮤지컬 바람으로 환생하다     


김광석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객이다. 그는 사회적 의식과 일상의 슬픔을 포크로 승화해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김광석은 한대수, 김민기로 이어지는 포크음악의 마지막 계승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가객은 자택에서 자살해 충격을 안겨줬다. 그가 살아 있다면 50살을 훌쩍 넘긴 나이다. 지금 그를 만날 순 없지만 드라마와 영화 속 OST나, 뮤지컬 등을 통해 그와의 옛 추억에 빠져들 수 있다.     


김광석은 생전에 모두 6장의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 김광석 1집, 2집, 3집, 4집은 정규앨범이다. 나머지 2장은 본인의 노래를 포함해 좋은 노래들을 모아 리메이크형식으로 만든 앨범이다. ≪다시 부르기1․2≫는 그가 생각하는 음악적 지향성을 담아, 말 그대로 ‘다시 부르기’하여 새롭게 옷을 입힌 노래 모음집이다.   

   

특히 김광석이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그의 사후에 더 많은 앨범이 나왔다. 라이브앨범부터 앤솔로지, 미발표곡 등 총 10여 장이 넘는 앨범이 계속해서 더해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난했던 김광석, 가난한 이들을 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