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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Aug 16. 2022

라면과 영문법

맛을 결정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라면은 '면과 수프'로 구성된다.

여기에 다양한 첨가물이 가미되어 다양한 맛의 요리로 탄생한다.


외국인과 공식적으로 처음 대화를 해본 것은, 학부 시절 '기초영어회화' 과목을 통해서였다.

20여 명 남짓되는 수강생들 사이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고, 파란 눈의 외국인 강사가 나에게

말을 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온몸의 세포와 혈류가 얼굴로 집중되었다.

나는 문장의 한 단어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침묵 속에서 내 차례가 지나가는 것을 경험했다.

한 번은, 원어민  강사들  모임에 겁 없이 가서, 극한의 어색함과 긴장 속에서, 그들이 뭐라 떠들던,  나는 완벽한  문장을  머릿속으로 만들고 되뇌다가,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유창하고도  빠르게 불쑥 내뱉어 소위 '갑분싸'를 조성한 적이 있다.


영어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라는 4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20살, '읽기'라는 익숙한 바다에서 6년을 아등바등 허우적거리다 겨우 익숙해질 무렵,

낯설고 거친 바다에 준비 없이 빠졌다.

나에게 쓰기와 읽기는 잔잔한 호수 위의 오리의 우아한 유영과 같(았)다.

발밑은 전진과 부유를 위한 정신없는 발놀림의 아수라장이지만, 겉은 우아한 신선놀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듣기와 말하기는 수영 선수의 몸놀림과 같다. 몸의 모든 부위를 사용하며,

상대를 견제하고,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시간이 적지 않게 흐른 지금도, 듣기와 말하기는 쉽지 않은 파도다.


주어와 동사, 그리고 면과 수프라는 두 가지의 단순한 재료로 수천수만 가지의 결과물이 발생한다.

내가 생각하는 영어의 주인공은 동사이고, 라면 요리의 핵심은 수프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영위한다.

같은 직종 있는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같은 듯 다른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르다.

누군가에게 삶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바로 답하기 쉽지 않다.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The greatest thing you'll ever learn is just to love and be loved in return.

(살면서 배우는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거야)

                                                             - 영화 물랑루즈(Moulin Rou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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